“2020년 초고층 빌딩 3분의 2는 아시아·중동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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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어진 건물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대만의 ‘타이베이101’이다. 2004년 완공된 이 건물은 이름 그대로 101층에 높이가 509m다. 착공 당시 안전 문제가 우려됐으나 대만 정부가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으로 여겨 과감히 허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지난해 문을 연 상하이세계금융센터는 층수가 타이베이101과 같다. 그러나 높이는 492m로 다소 낮아 대만의 자존심을 짓밟지는 못했다.

타이베이101의 최고층 군림은 곧 종지부를 찍는다. 국제고층건물학회(CTBUH)에 따르면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인 버즈두바이는 160층 이상에 800m 이상이다. 버즈두바이에는 지난해 두바이 나킬타워가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로 착공이 늦어져 버즈두바이의 1위 자리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나킬타워는 200층 이상, 1000m 이상의 오피스·호텔·주거 기능을 갖춘 복합건물로 설계됐다. 중동에서는 높이 1㎞가 넘는 ‘킹덤 타워’(1㎞), ‘버즈 무바락 알 카비어’(1.001㎞)라는 이름의 초고층이 속속 제안됐다.

이 밖에 상하이타워(128층·632m), 두바이 펜토미니엄(122층·516m), 러시아타워(124층·612m) 등 10개 안팎의 초고층이 2020년까지 타이베이101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인천타워·용산드림타워·잠실 제2롯데월드도 구상대로 짓는다면 여기에 얼굴을 내밀 수 있다.

울티마 타워의 조감도

‘극초고층’으로 불리는 미래 개념형 건물도 나와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1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3.2㎞ 높이의 ‘울티마 타워’다. 나무를 닮은 도시빌딩 프로젝트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건축가 유진 추이가 1991년에 제안했다. 밑동의 지름은 1.8㎞고 위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화산형 500층 구조다. 울티마 타워는 수평으로 확장돼 온 도시 문명의 대전환을 주창하는 프로젝트다. 하늘 높이 초고층 건물을 세운다면 도시 과밀화 문제나 땅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제안 당시 건설비는 1500억 달러다. 엘리베이터 속도는 시속 13마일로 1층에서 500층까지 올라가는 데 9분40초가 소요된다. 이보다 높은 ‘X-SEED 4000’ 프로젝트라는 것도 있다. 일본 다이세이건설이 디자인한 극초고층으로 800층 규모에 후지산보다 높은 4㎞다.

CTBUH는 2020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중 3분의 2를 한국·중국 등 아시아와 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 초고층 빌딩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381m)과 시어스타워(442m)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날 처지다.

각국의 마천루 경쟁은 인간의 본능일까. 기원전 2550년 무렵 세워진 현존 최고 대피라미드는 높이가 146.5m, 옛 바빌로니아 지역의 지구라트는 90m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고대의 거대 구조물은 왕이나 종족의 권위를 상징했다. 오늘날의 초고층 역시 도심의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기능성뿐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허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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