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도 조기발견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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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선경그룹 최종현 회장의 폐암수술 소식이 전해지자 폐암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그러나 이처럼 폐암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사실 때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폐암은 모든 암 가운데에서도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암이기 때문.폐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평균 13%로 다른 암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폐암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암이기도 하다.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암 사망률은 위암이 19%,자궁경부암은 22% 가량 줄어든 반면 폐암은 오히려 99%가 늘어나 2배 가까이 됐다.

이같은 추세라면 2020년 무렵이면 폐암이 위암을 누르고 국내 암사망률 수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하지만 폐암 극복에는 금연 외엔 달리 대책이 없다는 게 지금까지 의학계의 주류. 폐암의 경우 위암의 내시경이나 자궁경부암의 질세포진 검사처럼 효과적인 진단방법이 없는데다 조기발견을 해도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연구들이 나왔기 때문. 그래서 대한가정의학회가 제정한 한국인의 평생건강관리 프로그램에서도 다른 암과는 달리 폐암은 조기발견을 위한 어떤 검사도 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조기발견을 강조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무기는 뜻밖에도 누구에게나 익숙한 가슴 엑스선 촬영. 서울대의대 진단방사선과 임정기 교수는“가슴엑스선 촬영을 통해 폐암 조기발견이 가능하며 일찍 암조직을 찾아내기만 하면 뚜렷한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조기발견에만 성공하면 수술과 항암요법으로 5년간 더 살 확률이 70%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암학회도 최근 전통적으로 고수되어온 폐암의 조기발견 무용론 방침을 변경,흡연자등 고위험군의 경우 정기적인 가슴 엑스선 촬영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폐암의 크기가 직경 1㎝는 돼야 발견이 가능하다는 것.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결핵을 앓은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폐암을 판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가슴 엑스선 촬영으로 의심되는 병변이 나타나면 컴퓨터단층촬영을 통해 폐암 여부를 가늠할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임교수의 설명.폐암이 기침이나 가래 등 증상을 일으키려면 종양의 크기가 직경 3㎝는 되어야 한다.

발견할 수 있는 최소 크기인 1㎝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최소 크기인 3㎝까지 암세포가 자라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6개월. 따라서 하루 한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40세 이상의 폐암 고위험군 남성이라면 6개월에 한번 가슴 엑스선 촬영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개인적인 대책 마련 못지않게 맑은 공기를 마련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폭발적인 폐암 증가율을 억제하기 위해선 맑은 공기의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특히 먹는 음식물의 위생엔 철저하면서도 숨쉬는 공기에 대해선 무관심한 일반인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자동차의 편리함 때문에 희생되는 대표적 장기가 바로 현대인의 폐라며 무분별한 교통량 증가 현상을 우려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사진설명>

가슴엑스선 촬영은 폐암 여부를 조사해 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하루 한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40세 이상의 폐암 고위험군 남성이라면 6개월에 한번

가슴 엑스선촬영을 받는 것이 좋다.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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