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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리안] "상파울루에 한국 상징물 세웠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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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인들이 브라질에 진출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 변변한 상징물 하나 없습니다. 한인 동포들은 브라질 최대의 도시인 상파울루에 우리 민족의 전통 건축물인 팔각정을 지어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어합니다."

지난달 말 열린 한인회장대회 참석차 서울에 온 김철언(60) 브라질 한인회장은 "모국에서 후원해줄 독지가를 찾는 게 이번 방한의 또 다른 목적"이라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몇해 전 상파울루시에서 한인 동포들의 가게가 밀집해 있는 도심 한복판에 '한국 광장'을 마련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교민들이 아무 신경을 못쓰는 바람에 폐허화한 상태예요. 그런데 이번에 시에서 이 지역을 재개발하면서 조경 공사와 조명 등 각종 인프라를 지원해줄 테니 한국적인 건축물을 세워보라고 제안해 왔습니다."

현재 브라질의 한국 교민 수는 5만여명. 이중 4만명 이상이 상파울루시에 모여 산다. 1963년 정부의 이민정책에 의해 농업이민을 떠났던 1세대에 이어 이들의 자녀 세대는 대부분 의류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99년 초 외환위기의 여파로 원단 값이 치솟고 내수가 침체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문화재청에 문의하니 정식 자격증을 가진 목수가 현지에서 조립만 할 수 있게 팔각정을 만들어주는 데 3억원 이상이 든답니다. 현재의 한인회 형편으론 엄두도 못낼 큰 돈이지요."

김 회장은 "하지만 이 일은 남미시장에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홍보한다는 차원에서라도 꼭 성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130만명에 달하는 일본 이민자들은 상파울루 중심가 공원에 일본건축박물관을 만들었고 중국인들도 곳곳에 중국식 절을 지어놓았는데 한인들만 아무런 상징물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철강.알루미늄.목재 등 막대한 원자재를 보유한 브라질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나라입니다. 일본과 중국이 최근 브라질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려 애쓰는 것도 그 때문이죠."

육군 대령 출신인 부친을 따라 64년 브라질에 첫발을 디딘 김 회장은 상파울루의 제툴리오 바르가스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의류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99년 초 개교한 브라질 내 유일한 한국학교의 이사장을 역임한 그는 부인(채은희)과 1남1녀를 두고 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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