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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4050 울린 공연 '언제나 봄날' 3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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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줌마 마음은 우리가 알아줍니다" 연장공연을 앞두고 양희은(中).최성욱(左).이종일씨가 한자리에 모였다. [신동연 기자]

자매는 엄마들을 울렸다. 지난 5월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양희은(52).희경(50) 자매의 드라마 콘서트 '언제나 봄날'을 찾은 40~50대 여성 관객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양희은의 대중적인 노래, 뮤지컬 배우 양희경의 지극히 사적인 자매의 가족사를 들으면서.

15일간이나 계속된 공연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언제나 봄날'은 10~13일 LG아트센터로 장소를 옮겨 연장 공연에 들어간다. 양희은씨, 공연을 기획한 '좋은콘서트' 최성욱(31) 대표, 공연 연출가 이종일(42)씨가 연장 공연에 앞서 감회를 털어놨다.

◇중년 여성의 감성을 두드리다

최성욱=관객 한 분이 공연 후 무대 뒤로 찾아와 "스물아홉에 동생을 잃었다"며 눈물을 흘렸어요. 관객 중 절반은 공연 내내 울었죠. 저도 따라 울었어요.

양희은=살기도 팍팍하고 위로와 쉼터가 필요한 중장년층의 정서에 맞았나 봐요. 희경이도 대본을 쓰는 동안 어린 시절, 우리 집안을 휩쓸고 지나간 바람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갔대요. 저에게도 감동의 시간이었어요. 리허설 하면서 펑펑 울었죠.

이종일=요즘 아이들이야 각 방 쓰면서 형제들끼리도 쌀쌀하지만 옛날엔 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 끈끈했죠. 관객들도 향수를 느꼈을 거예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 '가족에게 전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양=가족이 무너지고, 엄마가 무너지면 우리 사회엔 희망이 없는 거죠. 제 공연을 찾아온 수많은 아줌마에게서 어떤 목마름을 읽었어요. 관객 설문조사를 해보면 노래 못지않게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꽤 많았어요. 공연장을 찾는 아줌마들에겐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하는 마음이 있는 거예요. 우리가 그들의 속마음을 대신 얘기해주는 셈이죠.

최=가족끼리 애정 표현을 잘 못하는 사회잖아요. 양희경씨가 "언니, 사랑해. 그동안 표현 못하고 산 거 안타깝고 속상해"라며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데 관객들도 감동받더군요.

◇4050도 공연을 즐길 권리 있다

이=양희은쯤 되는 가수라면 이렇게 공연에서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4050세대가 갈 만한 곳도 마땅히 없고 평생 공연장 한번 안 가본 사람도 많죠. 그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내는 게 양희은씨 같은 분이죠. 음반 판매도 부진한데, 콘서트 문화가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최=콘서트에 수많은 가수가 찾아왔어요. 방송이 아닌 다른 매체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 같아요.

양=그런데 사는 게 너무 힘들잖아요. 공연값도 확 내렸으면 좋겠어요. 난 밥값이 절반을 차지하는 호텔 디너쇼 같은 건 싫어요. 차라리 라면 회사에서 협찬받아 1만원짜리 컵라면 디너쇼를 하고 싶어요. 홈페이지에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간다"는 글도 많이 올라오거든요.

최=마침 내일 라면 회사에 갑니다. 추진해보겠습니다.

정리=이경희 기자<dungl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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