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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반환 교향곡으로 축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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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세계적 스타들이 총출연하는 축제성 이벤트냐 아니면 음악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의 초연이냐.홍콩 주민들은 오랜 논란끝에 7월1일 홍콩의 중국반환을 축하하는 대대적 기념행사에서 중국.홍콩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꾸미는 갈라 콘서트 대신 역사적 순간을 길이 담아낼 음악작품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홍콩의 중국반환 기념무대에서 초연될 작품은 탄둔(譚盾.40)의'교향곡 1997:천.지.인(天.地.人)'.1년전 홍콩반환 기념행사 준비위원회로부터 위촉을 받아 3악장으로 완성한 대작으로 연주시간은 50여분. 세계적인 중국계 첼리스트 요요마(42)를 비롯,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아시아 청소년교향악단.베이징(北京) 편종(片鐘)앙상블.홍콩의 어린이합창단등이 연주에 참가한다.이번 연주를 위해 탄둔은 지난 78년 전국(戰國)시대 고분(古墳)에서 출토된 2천4백년 묵은 64개의 편종과 똑같은 악기를 만드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홍콩반환기념식이 열리는 1일 저녁 홍콩만(灣)에서 레이저쇼.불꽃놀이.함대사열.민속음악이 어우러지는 멀티미디어쇼'홍콩 97 스펙태큘러'에서'천.지.인'의 발췌곡이 첫선을 보인다.이어 4일 홍콩아트센터에서 탄둔의 지휘로 전곡이 초연되며 이튿날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위치한 인민문화궁전 무대로 옮겨 똑같이 연주된다.이 작품의 초연에 맞춰 이번 연주에 참가하는 각 연주단체들이 녹음한 음반이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선보인다.

제1악장'하늘(天)'은 중국인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용(龍)의 이미지를 통해 찬란했던 중국의 과거를 묘사한다.제2악장'땅(地)'은 편종과 첼로.오케스트라를 위한'협주곡'.물(水).불(火).쇠(金)등 우주를 생성하는 요소들과 자연간의 균형을 모색한다.제3악장'사람(人)'은 중국 현대사의 질곡 속에 사라져간 영령들의 추모와,평화의 기원을 담고 있다.이 악장에서는 탄둔이 직접 가사를 쓴'자장가'와'평화의 노래'도 눈길을 끈다.

탄둔의 해설에 따르면 어린이 합창은'홍콩의 미래'를,편종은'중국의 목소리'를 각각 상징한다.첼로 독주는 이'장편 대서사시'에서 악장과 악장을 연결하는 화자(話者)의 역할을 맡는다.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베토벤의'환희의 찬가'의 선율 단편들이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이 작품은 첼로협주곡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현란한 기교의 첼로 독주가 돋보인다.

'중국 현대음악의 새로운 이정표'로까지 일컬어지는 탄둔은 현재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과 미국 셔머 음악출판사와 전속 계약을 하고 세계무대에서 작곡가 겸 지휘자로 활동중이다.후난(湖南)성 출신인 그는 베이징 경극(京劇)단의 편곡을 맡았던 경험을 살려 연극.영화.미술과의 연계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뮌헨 비엔날레에서 초연된후 지난 2월 홍콩아트페스티벌서 연주(본지 1월14일자 42면 참조)되었던 탄둔의 오페라'마르코 폴로'음반도 지난달 국내에 출시됐다.

'마르코 폴로'는 오는 11월 탄둔 지휘의 뉴욕 시티오페라단,'교향곡 1997'은 내년 3월 역시 탄둔 지휘의 세인트 루크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미국 청중에게 첫선을 보일 계획이다.특히'마르코 폴로'는 캐나다 토론토심포니 연주로 내년 7월 일본에서 무대장치와 의상을 뺀 콘서트형식으로 연주될 예정.영화음악에도 진출한 탄둔은 최근 올 가을 개봉 예정인 덴젤 워싱턴 주연,그레고리 호블리트 감독의 사이코 스릴러 영화'파멸(Fallen)'의 사운드트랙 작곡도 끝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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