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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높이 맘대로 … 휠체어 타고 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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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평소 바라던 것이 모두 다 있다.”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어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김평옥(56·남)씨는 29일 서울시 강서구 방화11단지 아파트 1층에 있는 ‘무장애 주택’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현관까지 이어지는 복도에는 미끄럼 방지 장치가 돼 있고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진 통로에는 문턱이 없어 논스톱으로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실로 들어서자 주방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주방과 다른 점이 없었다. 그러나 싱크대 왼쪽의 레버를 내리자 개수대 전체가 20㎝ 내려왔다. 휠체어를 탄 채 조리나 설거지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싱크대 바닥 아래에 설치된 버튼을 발로 누르자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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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맞은편에 있는 화장실 문은 미닫이다. 김씨는 “여닫이 화장실 문은 휠체어를 타고 들어간 뒤 문을 닫을 수 없어 불편했는데 이런 방법이 있었다”며 반가워했다. 세면대도 높낮이를 바꾸도록 만들어졌다. 화장실에서 넘어지거나 위급한 경우에 경비실과 연락할 수 있는 비상호출기도 설치됐다.

그가 특히 감탄한 부분은 넓은 거실이었다. 발코니를 없애고 거실을 확장한 덕분에 면적 33㎡인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휠체어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김씨는 “창턱 때문에 불편해 발코니에 잘 나가지 못했는데 이렇게 트니 이동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빨래는 환풍기가 설치된 조그만 다용도실에서 말려야 한다. 버튼 하나로 건조대의 높이가 조절된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어떻게 하면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며 “이런 주택이 많이 생겨 나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날 방문한 무장애 주택은 서울시가 고령자를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리모델링하기에 앞서 시범적으로 고친 7곳 중 하나다. 서울시는 이날 주거복지종합실행계획을 발표하고 무장애 주택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2014년까지 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울 시내 모든 영구임대주택의 1, 2층 6272가구를 리모델링할 방침이다. 앞으로 짓는 모든 공공임대 주택의 1, 2층도 ‘무장애 실버주택’으로 만들어진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공공 임대주택의 임대료(재개발 임대의 경우 36㎡ 기준 월 13만6000원)를 2년간 동결하고 ▶2010년까지 월평균 임대료를 10~25% 깎아주며 ▶주변 집값이 20% 떨어질 경우 장기전세주택의 전셋값을 10%까지 내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김경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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