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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경영일기>김태구 대우자동차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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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대우 김우중회장의 회고담 가운데에 어려웠던 시절 신문 팔던 때의 얘기가 있다.신문을 받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있는 시장을 향해 달음질치는 것은 물론이고 남과 달리 일단 신문부터 돌리고,돈은 나중에 천천히 받았으며 그것도 잔돈 묶음을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거스름돈을 주고받는 시간만큼 경쟁자들보다 신문을 많이 팔 수 있었다는 성공담이다.시간의 중요성과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일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모든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산업도 국내시장에만 안주해선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흔히들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내구소비재라고 한다.그만큼 선진 자동차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각축해 온 것 또한 현실이다.

대우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세계경영을 추진한지 벌써 4년반이 지났다.그 동안 우리는 성장잠재력은 높지만 남들이 주저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사업을 전개해왔다.이들 동구.CIS지역.중국.인도 등의 새로운 자동차시장은 앞으로 선진국시장 못지 않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현재 폴란드.루마니아.우즈베키스탄.인도.중국등 세계 11개국에 12개 현지공장이 가동중으로 이들 공장에서 올해에 50여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2000년에는 1백50만대를 생산.판매할 계획이다.

우리가 이렇게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앞서 말한 창업자의 리더십과 그간 우리 내부에 축적되어 온 역량에 바탕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대우는 창업이후 30년 동안 세계시장을 개척하며 노하우를 쌓아 왔다.현지 파트너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서로의 이익을 나누려고 노력해 왔다.그 과정에서 우리 임직원에게는 세계를 보는 안목과 세계경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경영역량이 축적되었다고 생각한다.얼마전 폴란드.루마니아등의 대우진출현장을 방문한 한 인사로부터“한국인이 유럽에서 이처럼 잘 할 수 있다는게 놀랍다.환경.문화등 배경이 전혀 이질적인 곳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기업의 가치와 경영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동서양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경영혁신의 경험과 국내외 사업에서 얻은 노하우를 함께 적용하면 잘될 것으로 믿고 있다.

나는 경영의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가 이처럼'남들보다 앞서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문제는 남보다 앞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데 있다.다른 사람이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을 앞서 가자면 많은 위험과 인간적 고뇌.갈등이 따른다.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해볼만한 것이 경영이 아닌가 생각한다.잘 닦여진 길을 고민없이 따라가기만 한다면 어찌 회사의 발전과 경영에 재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요즈음 나에게는 세계각지로 직원들을 내보내고 현지에 설치될 기계장비와 현지 생산을 위한 조립용 부품들을 챙겨보내는 것이 중요한 업무중의 하나다.사실 세계경영을 위해서는 국내에도 해외투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국내의 기반과 지원없이 해외에서의 경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나는 30여년전 ROTC복무시 수송장교를 한 적이 있는데 요즈음이야말로 머나먼 이국에 있는 전선에 병참지원을 하는 기분이다.

글=김태구

<사진설명>

김태구 대우자동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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