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금지등 담배미래 바뀐다 - 미국 담배회사.37개 州정부 합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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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개월 가까운 협상끝에 담배회사와 37개 주정부 사이에 타결된 이번 합의는'담배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놓을 정도로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향후 25년간 3천6백85억달러(약3백3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비용부담외에도 궁극적으로'담배 추방'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각종 전향적 조치가 포함되어있다.

우선 미성년자의 흡연이 앞으로 5년내 42%,7년내 58%,10년내 67% 줄어들지 않으면 연간 20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한 조항은 미래의 흡연인구를 줄이는데 큰 의미를 갖고 있다.또 담뱃갑에 새로 부착키로 한 경고문(담배는 중독성이 있으며 흡연은 생명을 위협한다)의 내용도 담배회사가 중독성을 시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밖에도 ▶연방식품의약국(FDA)에 니코틴 함유량을 임의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앞으로 12년 뒤에는 니코틴을 전면 금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은 것은 운용여하에 따라서는 담배의 미래를 바꿔놓는 결정적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이같은 양보를 전제로 담배회사들에 대해 37개 주 검찰총장들이 제기한 소송과 현재 계류중인 흡연자들의 집단소송은 모두 철회된다.또 앞으로 집단소송은 허용되지 않으며 개인소송의 경우도 배상액이 연간 50억달러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다만 항공기 승무원들의 간접흡연 피해 소송과 법무부가 담배회사에 대해 벌이는 위증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된다.

이 합의사항은 앞으로 의회와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거쳐 법률로 옮겨져야 구속력이 발생한다.그러나 의회와 백악관의 반응은 일단 신중하다.벌써부터 이해대립이 심각하기 때문이다.한 쪽에선 담배회사들을 충분히 견제하지 않았다고 시비를 걸고,엽연초 생산농가들은 자신들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주 검찰총장들은 합의 내용중 일부라도 입법화되지 않으면 이번 합의자체가 무산될 것이라고 으름장이다.일부 금연운동단체는 여성과 청소년들의 피해가 구체화될 미래의 소송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따라서 앞으로 상하 양원의 6~7개 관련 상임위에서 벌어질 공방은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 40년간 매년 수억달러의 소송비용을 써가면서 단 한푼의 배상에도 합의하지 않던 담배회사들이 이번에 결국 물러선 배경에는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졌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클린턴 행정부는 FDA를 동원해 담배에 대한 행정규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주 정부들은“담배회사가 중독성을 알고도 대중에게 알리지 않는 과실을 저질렀다”는 새로운 논리로 담배회사를 압박했다.흡연의 피해를 알면서도 끽연을 선택한 소비자의 잘못으로 돌려왔던 담배회사들의 전술이 더이상 먹히기 어렵게 된 것이다.

<미국의 담배 규제 역사>

1964년:공중위생국장관 흡연의 폐암유발 가능성 경고 66년:담배 겉표면에 경고문 부착 의무화 71년:담배의 TV.라디오 광고 금지 73년:일반 여객기의 금연석 의무화 88년:공중위생국장관 담배가 중독성이라는 보고서 발표 93년:미국환경청이 간접흡연을 건강 위해요소로 규정하는 보고서발표

워싱턴=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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