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건강] 히말라야 등반, 마라톤 풀코스 ‘철인 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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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히말라야)·킬리만자로(아프리카 탄자니아)·쓰구냥산(중국 청두)을 고산병으로 헤매지 않고 등반했어요.” 전문 알피니스트의 말이 아니다. 대장·항문 질환 전문인 대항병원 이두한(51·사진) 원장의 ‘무용담’이다.

어린 시절 동네 야산은 그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또래 친구들과 이 산 저 산 몰려다니면서 새알을 꺼내 먹고 새끼 새를 잡아 와 키우기도 했다.

의대에 입학한 뒤엔 한라산·성인봉·지리산 등 국내 명산을 오르며 기본 체력을 다졌다.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던 그의 부인이 15년 전 우연히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 광고’를 보고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안나푸르나에서 그의 부인은 예상대로 악전고투했지만 그 후 ‘등산 매니어’가 된 것이 큰 수확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5월 10박11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정에 나섰다. 마치 방금 산에서 내려온 듯 그는 4년 전의 전 과정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초가을 날씨였어요. 1800m 지점을 기점으로 하루에 1000m씩 3일간 올랐지요. 4700m 지점에 위치한 키보 산장에 도착한 뒤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밤 12시부터 정상(5895m)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꼭대기에 도달한 것은 동이 틀 무렵이었죠. 킬리만자로는 적도 부근에 있지만 꼭대기의 온도는 영하 15도를 밑돌았죠. 카메라 배터리가 얼어 정상에서 사진을 딱 한 장밖에 찍지 못할 정도였어요.”

이 원장 부부를 가장 괴롭힌 것은 고산증이었다. “고산증은 저산소증과 저체온증의 형태로 와요. 고도 5000m 이상 되면 산소가 평지의 절반밖에 되지 않으므로 저산소증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주 증상은 구토·두통이며 심하면 뇌부종으로 숨질 수도 있습니다.”

저체온증은 등산보다 하산할 때 주로 생긴단다. 옷을 있는 대로 껴입어 철저히 보온하고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 외엔 특별한 대처법이 없다고 한다.

“고산증의 최고의 치료법은 빨리 하산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정상을 밟은 날 바로 2000m나 내려왔어요.”

이 원장은 7년 전부터 10㎞·하프(마라톤의 절반 거리)마라톤 등 장거리 달리기에도 도전장을 냈다. 요즘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레이스에 참가한다.

“3년 전에 세운 마라톤 기록은 4시간31분입니다. 풀코스는 이때 처음 뛰어봤어요. ‘마(魔)의 30㎞’라는 말이 실감 났죠. 몸이 천근만근이어서 주저앉고 싶더군요. 경기 뒤 무릎이 며칠 아팠습니다. 그 후 마라톤은 접고 주로 하프를 뛰어요. 하프 평균 기록은 2시간가량입니다.”

그는 혈당·콜레스테롤·혈압 모두 정상이다. 키 1m63㎝에 64㎏의 날렵한 몸매를 20년째 유지하고 있다.

“아침에 러닝머신에서 30분가량 뛰고 바로 샤워한 뒤 아침을 굶고 직장에 가면 된다”는 게 그의 살 빼기 노하우였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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