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프라를세우자>33. 영화관 - 통합전산망 왜 필요한가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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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흥행수입은 둘째치고 내 영화를 지역별로 얼마나 되는 관객이 보는지 숫자만이라도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다.” 한국영화 제작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정확한 관객동원수를 알면 앞으로의 기획방향에 큰 도움이 될텐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극장에 입장한 관객수를 아무도 모른다.소위'박스 오피스'(매표소란 뜻)라는 공식적인 관객집계방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영화배급체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한 편의 영화는 배급사를 거쳐 영화관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 영화법에는 유통배급업에 대한 규정이 없어 영화배급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극장측에서도 신고할 관객수를 줄이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는 탓에 극장주의 탈세와 비리사건이 심심찮게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곤 한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흥행집계는 각 영화사가 개봉관들에 일일이 관객수를 탐문해 추산한 결과일 뿐이다.미국의 영화산업주간지'버라이어티'는 전세계 극장현황을 1명단위로 집계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늘 몇만,혹은 몇십만 단위로 이야기될 뿐이다.그것도 영화사들이 홍보를 위해 부풀려 발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혀 공신력이 없다.

관객수 집계는 영화사에 돌아가는 수익배분과 또 문예진흥기금의 확충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투명하고 정확한 통계는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재정기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배급구조의 대대적인 정비와 함께 전국 극장의 통합전산망의 구축이 필요하다.전국 극장의 흥행결과가 동시에 중앙전산망에 집계되는 통합전산망은 그동안 영화사들이 끈질기게 요구해온 사안이지만 워낙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다 극장측이 꺼려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영화진흥공사에 해당하는 CNC가 전국적인 극장전산망을 장악하고 정확한 흥행집계를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정부차원의 자금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문체부에서도 전국통합전산망 추진을 제도적.행정적.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해 영화유통체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만 보일 뿐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극장의 전산화는 편리한 예매제도 정착의 전제조건이기도 해 관람객을 위한 서비스차원에서도 꼭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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