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게임 是非 비껴가기 - 이회창 대표, 내달 3일 사퇴결정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수개월간 신한국당을 시끄럽게 했던 이회창(李會昌)대표의 대표직 사퇴문제가 7월3일 결말날 것같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李대표의 사의를 수리하면 7월5일부터 시작되는 합동연설회를 포함,경선기간중 7명의 대선 예비주자는'후보'라는 똑같은 위치에서 뛰게 된다.金대통령이 대표직 직무정지 형태로 끌고 갈 수도 있으나 현재로선 사표수리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하지만 7월3일 사퇴가 확실시된다고 해서 당내 분란이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경쟁주자들은 19일 일제히 李대표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왜 그때까지 미루느냐.지금 물러나라.지금도 이미 늦었다”는 주장이다.

李대표가 사퇴하면 후임대표가 뽑힐 때까지 박관용(朴寬用)사무총장이 대행하게 된다.당헌에 따르면 대표 다음 서열인 전당대회의장이 대행하도록 돼있다.하지만 전당대회의장에 서정화(徐廷和)의원이 내정은 돼있으나 정식으로 선출된 상태가 아니어서 그 다음 서열인 총장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李대표는 자신이 사퇴할 경우 그동안 경쟁주자들이 제기한 논리를 인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경선기간중 직무만 정지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그러나 되레 불공정시비만 가열시킬 것으로 판단해'완전사퇴'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후보등록 마감과 함께 본격적인 대의원 접촉이 시작되면 대표직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음직하다.

불투명하지만 임시국회가 열릴 경우 여야 모두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고려했을 수 있다.

李대표는 19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이런 방안을 金대통령에게 설명했으며 金대통령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李대표는 대신 金대통령에게서'해외순방중 대표중심 화합'이라는 말을 얻어냈다.

하지만 경쟁주자들은 대표사퇴 압박강도를 높였다.

박찬종(朴燦鍾)고문측은“더 당원과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즉각 물러나라”고 쏴붙였다.전날'탈당하고 싶은 마음'까지 거론하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던 이수성(李壽成)고문은“이 문제는 대표가 총재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며“당장 사퇴하라”고 톤을 높였다.

이한동(李漢東)고문.김덕룡(金德龍)의원.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등도 기다렸다는듯“즉각 대표직에서 물러나는게 그나마(법대로가 아닌)'멋대로'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야유조 비난을 퍼부었다.

정발협(政發協)은 한발 더 나가 “총재가 어떻게 보고받았는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대표나 주변의 당직자들이 불공정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편 평소보다 2배가 넘는 1시간5분간 지속된 이날 주례보고와 관련,많은 깊숙한 얘기들이 오갔으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청와대.李대표측 모두 더이상의 말을 않고 있다.특히 반 이회창 그룹의 중심인 정발협에 대한 金대통령의 언급이 어떤 것이었는지가 관심을 모은다. 김진.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