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정신 건강 <상> 수영황제 펠프스도 겪었다는 ADHD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실제 병원을 내원한 부모 중엔 이처럼 약물치료에 대한 불안감으로 뒤늦게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의 입장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ADHD는 조기에 발견하면 적절한 치료로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ADHD 치료제가 약 70%의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는 만큼 약물사용은 ADHD를 극복하는 가장 필수적인 치료법이다.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줄어들고, 주의력·집중력이 높아져 일반아이들과 비슷하게 학업과 공동생활을 수행한다.

ADHD는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다. ADHD 치료제는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잡도록 도와준다. 그동안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처방하고 있는 약물은 메칠페니데이트 계열의 치료제다. 이 약물은 주의·집중을 관장하는 뇌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활성화해 증상을 호전시킨다.

문제는 메칠페니데이트가 향정신자극제로 분류돼 1회 복용으로 4~12시간까지만 효과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효과가 짧은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아이는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된다. 약의 효과가 지속하는 시간에는 순한 모습을 보이다가 효능이 떨어지면 다시 산만하고 충동적인 성향이 나타난다.

최근 이런 단점을 보완해 하루 한 알 복용으로 24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염산아토목세틴 성분의 치료제가 나왔다. 각성효과 및 중독성 우려도 없다. ADHD 치료제 중 유일한 ‘비향정신자극제’로 약물 남용 및 내성 위험이 적다. 염산아토목세틴의 또 다른 특징은 효능이 24시간 지속돼 기존 메칠페니데이트보다 2~6배 이상 약효가 길어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기대할 수 없던 밤 시간이나 다음날 아침 약물 복용시간 직전에도 안정되고 변함없는 효과를 나타낸다. 단, 염산아토목세틴 제제는 현재 비보험치료제라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ADHD는 성장하면서 반사회적인 행동이나 게임중독·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조기치료와 집중 지도를 하면 정상적인 성장은 물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어렸을 때 ADHD를 다스리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 ADHD 아동은 자신이 관심 있는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치료했던 ADHD 어린이도 과학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북돋아 준 결과 전교 1등을 도맡는 등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손석한 연세정신과 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