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오존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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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월 날씨론 39년만의 무더위가 찾아 왔다고 하더니,드디어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심폐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오존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광화학작용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따라서 오존발생의 원인을 제거하려면 햇볕이 나지 않거나,자동차 대수가 줄면 된다.

이 두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까.천만의 말씀.폭서(暴暑)는 더욱 자주 나타나고(지구의 온실효과),자동차 대수는 점점 늘어난다(올해안에 1천만대 돌파).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외출을 자제하고,특히 자동차운행을 잠시 멈추면 오존농도를 낮출 수 있다.그렇게 할 수 있을까.천만의 말씀.이렇게 좋은 날씨에 집에 처박혀 있을 수 있나(나들이 갈망증),또 남이 자동차운행을 멈추면 멈추지 바쁘신 이몸이 핸들을 쉴 수 있나(이기주의). 오존가스와 멀리 떨어져 살려면 결국 도시생활을 피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천만의 말씀.우리 국토의 도시화율은 현재 84%이고 곧 90%로 높아진다.머잖아 오존경보제도 웬만한 도시로 다 확대된다.

혹시 제주도로 이사해서 살 수는 없을까.제주도에서는 최근에 실시한 대기오염 측정결과 모든 유해가스가 환경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단다.특히 오존농도는 올들어 넉달동안 평균 0.029~0.035에 머물렀다.오존주의보 발령기준치 0.12의 3분의1 수준 밖에 안된다.

그렇다고 공기 하나만 보고 이사할 수도 없는 일,할 수 없이 오존과 친하게,그러나 오존을 다스리면서 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인의 운명인 것 같다.오존농도가 심하다는 로스앤젤레스.멕시코.아테네 시민들과 동병상련(同病相憐)하면서 말이다.

오존이 다 나쁜 건 아니다.지구 대기권 25㎞ 밖에 있는 오존층은 태양자외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한다.이 오존층에 구멍을 뚫은 것이 바로 염화불화탄소(CFC)다.CFC는 냉각제.세척제에 많이 쓰인다.1989년에 발효한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CFC사용을 금지한 것도 이 고마운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오존을 다른 가스와 결합시키지 않는 것이 결국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길일텐데,어디 그런 재주있는 사람 나와 보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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