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예술 입은 세면대 … 욕실 매력 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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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욕실은 이제 ‘쉬는 공간’이다.

카 림 라시드가 디자인한 세면대

씻는 일은 단순히 때를 벗기는 노동이 아니다. 하루의 피로를 풀고 즐기는 일로 진화하고 있다. 향기로운 목욕세제와 오일이 씻는 일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는 소프트웨어라면 욕실 인테리어는 안락한 공간을 연출하는 하드웨어다. 그동안 욕실 인테리어의 트렌드는 물기를 없애 맨발로 다녀도 아늑한 공간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었다. 욕조를 뜯어내고 샤워부스로 교체하는 공사가 그래서 유행했었다. 그러다 최근엔 기능적인 편안함을 넘어 욕실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바로 이런 욕실 장식의 중심 아이템으로 세면대가 뜨고 있다. 소재·디자인·색상이 다양한 세면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공도 간편하고 비용은 많이 들지 않지만 예쁜 세면대가 욕실 분위기를 확 바꿔놓기 때문이다. 욕실제품 전문업체 이화 하이테크의 김고운 디자인실장은 “욕실의 예쁜 세면대는 방에 걸어놓은 그림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세면대는 작품이다=세면대는 더 이상 흰색이 아니다. 형광 핑크색과 연두색의 세면대는 눈을 시리게 한다. 나뭇잎에 아롱진 물방울 무늬가 새겨진 세면대는 숲속처럼 편안하다. 이는 욕실용품 제조업체 새턴바스에서 지난해 선보인 세면대다.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한 것. 라시드는 현대카드와 한화 그룹통합이미지(CI) 디자이너로 국내에도 알려진 사람이다. 물을 받는 볼의 모양이 UFO를 연상시키고, 수도꼭지는 외계인의 촉수처럼 길게 뻗어나온 디자인도 그의 것이다. 새턴바스 관계자는 “세면대는 하얗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디자인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①욕실뿐 아니라 현관 앞, 화장대 옆에 설치해도 무난한 ‘가구 같은’ 세면대가 다양하게 나왔다. 세면대 밑으로 연결되어 있는 배관을 세련되게 디자인하거나, 아예 숨기는 것이 포인트다. 이탈리아의 욕실용품 제조업체 비렉스(BIREX)의 제품.
②배관을 벽에 넣어 시공한 ‘반다리 세면대’는 좁은 욕실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세면대 다리가 마치 벽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양이 조각작품 같다. 이탈리아 욕실용품 제조업체 트림(TREEMME)의 제품.
③2인용 세면대는 가족이 4인 이상일 때 설치하면 편리하게 쓸 수 있다. 욕실용품 전문업체 아메리칸스탠다드 코리아의 제품.


질감도 기존의 매끄러움을 탈피한 제품이 많다. 이탈리아 건축가 마테오 툰은 볼이 평평한 세면대를 선보였다. 투박한 질그릇 모양을 한 이 세면대는 갓 물레에서 뽑아온 것처럼 표면이 거칠다. 표면에 살짝 칠해진 은은한 비취색이 분청사기 같은 느낌도 준다. 단순하고 간결한 미니멀리즘 건축으로 유명한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조약돌을 본뜬 디자인의 세면대를 선보였다. 강가에 놓인 매끈한 조약돌을 욕실에 옮겨놓은 것 같다.

소재도 달라졌다. 욕실용품 제조업체 윤현상재는 인도네시아 강가에서 채취한 돌을 절반으로 쪼개고 속을 파서 세면대를 만들었다. 돌의 거친 표면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게 특징이다.

◆세면대는 가구다=이제 세면대는 욕실을 벗어나고 있다. 현관 앞이나 화장대 옆에 가구처럼 설치할 수 있는 세면대도 다양하게 나왔다. 세면대 밑으로 구불구불하게 연결되는 배관을 꽁꽁 숨긴 디자인이 포인트다.

수납장 위에 세면볼을 얹은 형태인 ‘탑볼 세면대’가 배관을 숨긴 디자인의 선두주자다. 어수선해 보이는 배관을 수납장 속으로 넣었다. 자질구레한 소품들까지 수납할 수 있다.

배관 자체를 벽 안으로 넣은 디자인도 있다. 시중에 나온 ‘반다리 세면대’는 보통 바닥으로 내려가는 배관을 벽 안으로 넣은 형태다. 배관이 눈에 보이지 않아 깔끔하다. 세면대 다리가 마치 벽에서 튀어나온 듯해 신기하다. 세면대가 허공에 떠 있는 조각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면대 수도꼭지를 벽에 설치하는 디자인도 인기다. 반다리 세면대처럼 배관을 벽 안에 넣어 시공해야 한다. 수도꼭지가 마치 벽에서 불쑥 튀어 나온 것처럼 보인다. 탑볼 세면대의 경우 수도꼭지를 벽에 설치하면 가구장 위의 공간을 넉넉하게 쓸 수 있어 편리하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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