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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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로 잘 나가던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이 국제 금융위기 이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때 배럴당 140달러 이상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30달러대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일간 베도모스티는 27일 '워싱턴의 에너지 컨설팅 회사 PFC Energy가 최근 발표한 시가 기준 세계 에너지 기업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러시아 회사는 하나도 없다'고 보도했다. 한때 세계 3위까지 올라섰던 러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11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1위 에너지 기업은 미국계 에너지 회사인 엑손모빌로 확인됐다. 엑손모빌은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주가가 15% 빠지는 데 그쳤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 페트로차이나는 65%의 주가 하락으로 1위 자리를 엑손모빌에 내줬다. 조사에 따르면 국영기업들이 민간기업들에 비해 금융위기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러시아는 올해 각종 경제 예상 지표를 재조정했다고 인테르팍스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올 경제성장률 2.4%를 0.2%로 재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09 경제 전망 조정안을 최근 내각에 제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올해 평균 유가 예상치도 배럴당 50달러에서 41 달러로 낮췄고, 물가상승률은 10~12%에서 13%로 상향 조정했다. 예상 실업률은 7.4%에서 7.5%로, 실업자 수는 540만 명에서 550만 명으로 늘렸다. 하향 곡선을 그리는 루블화 가치는 1달러당 30.8~31.8루블에서 35.1루블로 조정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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