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내탓 인정하는 자세로 위기극복 실마리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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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심이 점점 각박해진다는 소리가 도처에서 일고 있다.한달에 60만~70만원을 벌기 위해 새벽같이 출근해 저녁 늦도록 땀을 흘려야 하는 근로자들은 부정사건이 터졌다 하면 최소한 기천만원에서 몇십억,몇백억원까지 줬느니 말았느니 하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 무슨 살 맛이 나겠는가. 천문학적 대선자금,대통령 차남의 국정개입,사교육비 과다지출,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등을 전해들으면 진정 서민들의 설 자리는 어디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어느 뜻있는 사람들은 이 시대를'총체적 위기'라 칭하기도 한다.우리는 왜 이러한 난국을 자초하는가.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부처님의 말씀처럼 환착어본인(還着於本人.본인에게로 돌아온다)이라고 본다.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함께 그 원인을 만들었고 또 그 결과를 우리가 받는 것이라고 소승(小僧)은 말하고 싶다.

정상인들의 사고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그리고 공직자나 사회 지도층이 권력과 금전의 주구가 돼 영어의 몸이 되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옛날 중국의 조궤(趙軌) 이야기를 떠올리고,남에게 이야기도 하며,법상(法床)에서 법문을 들려주기도 한다.

조궤가 어느 고을 별가(別駕)로 있을 때였다.이때 이웃집 뽕나무 가지가 조궤의 담을 넘어와 가끔 그 열매를 떨어뜨리곤 했다.조궤는 그것을 일일이 주워 주인에게 돌려보내며“비록 사소한 것이라도 남의 소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생활신조임을 전하라”고 했다.

이러한 조궤가 영전해 고을을 떠나게 됐다.고을 유지들이 석별을 아쉬워하며 눈물로써 간청했다.“별가께서 이 고을에 부임해 주민들의 물 한모금을 대접받은 일이 없습니다.그러나 오늘 공이 떠나는지라 한잔 술이나마 드릴까 했으나 공이 사양하실 것이 뻔해 냉수나마 한그릇 올리고자 하오니 부디 받아주시옵소서.” 조궤는 그 냉수를 달게 받아 마시고 다음 부임지로 길을 떠났다.

그후 조궤가 원주(原州) 사마(司馬)로 부임하게 돼 밤길을 재촉하는데 말이 길을 잘못 들어 남의 곡식밭으로 들어가 곡식을 밟게 됐다.이를 안 조궤는 말을 멈추고 수행원과 함께 날이 밝기를 기다려 밭 임자를 찾아 곡식 값을 배상한 다음 임지로 향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나의 한푼 이익을 위해 남의 목숨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죽이고 죽는 현실에서 우리도 이웃의 이해를 생각해 이러한 조궤의 마음을 본받는다면 세계 일등국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의 정치불신은 무엇보다 말만 앞세운 사정이 개개인의 진정한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음에 있는 것같다.문제는 자신을 돌아볼줄 모르는 나 자신에게도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남의 탓,다른 당 탓,혹은 민족성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문제를 이제는 자신의 삶 속에서도 찾아보았으면 한다. 김태완 민족통일 불교중앙협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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