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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있는 공간' 꿈꾸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국내에서 한햇동안 새로 지어지거나 고쳐 지어지는 건축물은 줄잡아 14만∼15만동.그러나 그중에 전문 건축가의 손이 닿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대형빌딩·고층아파트가 아닌 일반주택 대부분은 그저 시공업자의 선에서 설계되고, 지어지게 마련이다.

평당 15만∼20만원의 ‘최소한의’ 설계비도,평당 1백80만∼2백50만원대의 건축비를 들여 연건평 2백평이하 규모 다가구주택을 짓는 건축주들에겐 적지않은 부담이다.건축가들 입장에서도 이런 소규모 공사는 수지를 맞추기는 커녕 제돈 들여 설계하게 된단다.그러니 늘 건축가의 시선 바깥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런 풍토에도 변화의 바람은 있다. 덩치큰 대형공사들이 주로 받아왔던 건축관련 상이 다가구주택같은 소규모 공동주택에도 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방철린씨가 설계한 서울연남동 다가구주택 ‘스텝(STEP)’이 96년도 건축가협회상 작품상을 받은데 이어 이일훈씨가 설계한 서울등촌동 다가구주택 ‘가가불이(街家不二)’는 지난 3월 서울시건축상 은상을 받았다.

80여평 대지에 지어진 스텝은 ‘계단’이란 뜻처럼 각 세대로 통하는 계단에 이웃끼리 마주쳐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골목길의 기능을 부여한 연작. 이문동·역삼동에도 조금씩 다른 ‘스텝’이 있다.

44평의 좁은 대지위에 지어진 가가불이는 ‘채나눔’(이 때의 ‘채’는 한옥에서 안채·사랑채·행랑채 하는 그 채다) 기법을 도입,각층의 거주공간을 동서로 나눈 것이 특색.이를 연결하는 복도와 마당이 바로 다섯집이 사는 이 ‘다가구마을’의 골목 노릇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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