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미국문화<10>'시한부 인생’패트릭 스웨이지 의 열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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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07면

‘사랑과 영혼’의 영화배우 패트릭 스웨이지(57)가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미국의 연예잡지들은 그에게 남은 날들을 점치며 온갖 추측을 쏟아 내고 있다. 아마도 미국의 모든 매체가 이미 그의 부고를 준비해 놓았을 것이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그게 미디어의 생리다.

짧게는 몇 주밖에 생이 남지 않았다고 예견되던 그가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신년 초 방송된 유명 여성 언론인 바버라 월터스와의 인터뷰였다.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텍사스 출신답게 카우보이와 같은 에너지와 명랑함은 여전했다. 그는 항암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TV 시리즈물(케이블채널 ‘A&E’의 ‘The Beast’)에 출연하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으로 사실상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의 주치의도 수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1월 암 선고를 받은 이후 꼭 1년을 버텨 냈다.

인터뷰는 감동적이었다. 결혼 33년째인 아내와 함께 출연해 따뜻한 가정생활을 이야기했다. 때로 “남편이 없는 삶을 상상해 보았느냐”는 등의 ‘독한’ 질문도 던져졌지만 올해 팔순을 맞은 인터뷰어의 담담한 말투에는 달관이 묻어 있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암과 싸우고 있는 그도 담배만은 아직 끊지 못했다고 했다. “담배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마도(probably)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을 뿐 “그렇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현재로서는 금연이 우선과제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삶에 금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생전에 좋아하던 것을 즐기다 가자는, 나름대로 합리적 판단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죽음이 슬픈 것은 당사자 못지않게 남겨지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다.

신정 때 금연을 결심하고 작심삼일이 된 많은 사람에게 설이 있다는 건 참 다행인 일이다. 또 한 번 새해 결심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죽음이 너무 가까이 오기 전에 올해에는 부디 모두 금연에 성공하시길.


일간지 문화부 기자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하고 있는 김수경씨가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격주로 시시콜콜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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