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띔! 문화 내비게이션] 영화관 나올 때 당신 멍할 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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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말입니다. 여기서 책을 영화로 바꾼다면, 아마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말쯤 되지 않을까요. 삶은 행복하고 사랑은 영원하다고 속삭이는 ‘메이드 인 할리우드’에 맞서, 관객의 머리에 강펀치를 날려대는 컬트 영화의 귀재. 평론가 짐 호버만에 따르면, “스필버그적 세계관에 대한 분명한 해독제를 제공”하는 감독이지요.

린치 감독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가 한 자리에 펼쳐집니다. 2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씨네큐브에서 막을 올리는 영화제 ‘데이비드 린치 감독전: 아름다운 악몽을 꾸다’입니다. 1977년 장편영화 데뷔작이자 컬트 영화의 고전으로 회자되는 ‘이레이저 헤드’, 린치 감독을 컬트에서 주류로 끌어올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광란의 사랑’(1990) 등이 망라됩니다. 해독 불가능의 미학을 극한으로 추구한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사진), 린치 최초의 디지털 영화이자 전미비평가협회 수상작인 ‘인랜드 엠파이어’(2006) 등도 상영됩니다. 첫날 ‘광란의 사랑’ 오프닝 상영 땐 린치 감독의 광팬으로 알려진 ‘올드 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함께 해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는군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관에 들어가 불빛이 꺼지는 순간은 마술적인 느낌이 든다. 순간 사방이 조용해지고 커튼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아마 커튼은 붉은색이리라. 그러면 당신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33쪽)

커튼 안쪽에서 주먹 세례 대차게 맞을 각오가 돼 있다면, 극장으로 나들이 해보시길.

▶데이비드 린치 감독전/1월29일~2월4일 씨네큐브 /평일 7000원, 주말 8000원/02-2002-7771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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