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문 때 매력에 푹 빠져 공원 밑그림 그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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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호 31면

“아! 서울의 한강 속에 이런 곳이 있다니….”

선유도 공원을 만들기까지

설계 시작하기 전 처음으로 직원들과 찾은 선유도 정수장 현장의 느낌은 이랬다. 비록 빼곡히 정수공장 시설이 차 있었지만 그 아름다움과 고즈넉함·정결함은 우리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날 현장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것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날 그 자리에서 나온 얘기들은 설계에 그대로 반영됐다.

·옛날 겸재 그림 같은 선유봉의 풍경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
·산업사회의 이 흔적을 최대한 껴안고 이용하며 한강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품게 해주고 물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보자.
·재생과 복원을 통한 조용한 환경 교육의 장이 되게 하자.
·수백 년 홍수 빈도에 대비한 6m 높이의 거대한 옹벽으로 된 정수장 구조를 최대한 살려 한강으로 천천히 떠내려가는 배처럼 해 보자, 마침 옹벽이 그런 유선형이니….
·그렇다면 당연히 여러 층의 레벨이 나올 것이고, 어떤 계절에 우리가 느끼는 이 장소의 시적 감흥을 느낄 수 있게 하자.

선유도 공원에는 정수공장이 2개(제1, 제2 정수공장) 나란히 있었다. 따라서 정수시설도 2개씩 있었다. 예컨대 원형의 약품탱크도 한 조는 올림픽대로에서 보이는 곳에, 한 조는 양화대교에서 보이는 곳에 있었다. 침전조·농축조 등도 전부 2개씩 있었다. 그 반복되는 아름다운 질서도 좋았다.

가운데쯤에 지금의 한강기념관으로 꾸민 송수관 건물이 있었고, 녹색 기둥의 정원 자리는 바로 최종적으로 정수된 물이 각 가정으로 보내지기 전의 정수탱크였다. 정수탱크 위엔 직원들의 테니스 코트가 있었다. 사무실이 그 근처에 있었는데 그 자리는 현재 기둥 위치마다 포플러를 심어 흔적을 되새김했다. 20여 개의 건축과 구조물 중 필요한 것을 남기고 지하에 숨겨져 있던 2개의 수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여러 레벨의 물길과 보행 데크를 연결하면서 많은 주제를 가진 정원들로 채워 넣었다.

환경 교육의 일환으로 물의 정화시스템을 그대로 살렸다. 우선 입구의 원형탱크에 한강 물을 끌어올려 자갈로 침전시켰다. 그곳을 거친 물은 수질정화식물이 있는 정원을 여러 켜로 거친 다음 수로를 따라 수생 및 습지식물의 정원과 시간의 정원을 한 바퀴 돈다. 그 뒤에는 벽천을 타고 떨어져 기존의 배수펌프를 통해 밖으로 나가게 했다. 강물과 맞닿는 부분인 공원의 최저변부는 어류와 조류의 서식 공간으로 돌려주기 위해 출입을 억제하고 생태적 기반을 조성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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