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3천만원대 승용차 타가세요' - 백화점들 高價 경품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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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등에 당첨되면 기아 엔터프라이즈(3천CC급) 승용차의 주인이 됩니다.' 롯데백화점이 6일간의 일정으로 10일 시작한'알뜰쇼핑특보-3대 빅뉴스'에 내건 경품이다.내장객들에게 응모권을 나눠주고,오는 15일 추첨을 통해 1등 당첨자에게 이 차를 주겠다는 것이다.

기아 엔터프라이즈 시중가는 기본형이 3천4백50만원(세금 제외).지금까지 유통업체가 내걸었던 최고가 경품인 소나타Ⅲ(1천8백㏄)가 1천58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3배가 넘는 액수다. 웬만한 월급쟁이 1년치 급여를 부어넣어야 겨우 살 수 있는 차가'경품'으로 나온 것이다.

롯데는 본점.잠실.영등포.청량리.월드점등 서울 5개 점포에서 벌이는 이번 행사에 승용차외에도 유럽여행권(2인).에어컨등 총 7천2백만원어치의 경품을 내놓고 손님들을 유인하고 있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업계에'비싼 경품 내놓기'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이 판촉전략으로 경품을 내건게 처음은 아니지만 정부가 이달부터 경품에 대한 가격제한을 없앤후 금액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종전엔 사은.경품행사때 내놓을 수 있는 총액이 한 점포에 1천5백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돼있었다.

롯데 관계자는“고객의 관심을 끌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경품을 획기적으로 고급화 했다”고 설명했다.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다른 백화점들도 뒤질세라 경품 금액을 높이고 있다.

미도파백화점 상계점은 12~22일로 예정된'경품.사은 더블대축제'행사에 소나타Ⅲ를 내걸었고,갤러리아백화점 천안점도 오는 29일까지로 예정된 바겐세일에 누비라승용차(7백50만원 내외)를 경품으로 내놓았다.

백화점들이 경품전에 나선 것은 이런 행사가 매출증대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중순 열흘간의 행사에 누비라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던 A백화점의 경우 매출이 행사전 같은기간에 비해 1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과열경쟁이 가뜩이나 어려운 유통업체의 수지를 더욱 악화시키거나 아니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백화점의 순마진율은 매출액의 평균 1.5% 수준.그렇다면 3천만원짜리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놓을 경우 행사준비 비용등을 제하더라도 최소한 20억원어치를 더 팔아야 본전이라는 얘긴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A백화점의 경우 매출은 늘었지만 경품비용 때문에 순익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백화점 관계자들은“현재로선 이런 행사라도 안하면 당장 매출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좋긴 한지만 문제는 이런 비용이 가격으로 전가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기원 기자

<사진설명>

정부의 규제완화 이후 백화점들 사이에 고가경품전이 가열되고 있다.사진은 롯데백화점이 경품으로 내건 엔터프라이즈 승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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