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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박물관 건립 구체화 - 한국정신문화연구원.경기도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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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도난과 파손으로 전국에 산재한 고문서들이 빠른 속도로 유실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출연연구소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문서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현재 문중에 소장된 고문서들은 상당수가 관리소홀로 유실 위기를 맞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해외반출까지 되고 있는 실정.특히 신세대 종손들이 도시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자료보존 의식이 희박해 보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문헌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 일기 시작한 고문서 박물관 건립문제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이영덕)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다.또 경기도도 경기문화재단을 설립해 각종 문화사업과 함께 고문서 박물관 건립 계획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문서 박물관 건립이 현안으로 떠오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도난문제.합천군 초계정씨의 노백서사(老栢書舍),안동시 봉화금씨 문중문고,용인 심곡서원(조광조 서원),경북 예천의 예천권씨 문중문고,경북 봉화의 의성김씨 문중문고등이 도난당한 대표적인 경우.관련 연구자에 따르면 전국의 3백여 소장처 가운데 90%가 1회 이상 도난당했으며 경우에 따라선 차량으로 전체를 실어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소장자들은 주요 문헌을 연구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다.일단 문헌의 존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상당수가 도난의 위험에 처한다는 것. 10여 문중에서는 이미 고문서박물관 건립취지에 호응해 정신문화연구원에 고문서의 보관을 타진하고 있어 정문연의 박물관 건립계획은 더욱 가속화할 것같다.소유권은 원소유자에게 주되 영구보존처리및 관리,분류및 연구,마이크로 필름화 작업등은 고문서박물관이 담당한다는 것. 정신문화연구원은 연구원내에 약 1백20억원을 들여 연건평 3천평(3층) 규모의 고문서 박물관을 3년안에 건립하기 위해 예산문제를 문화체육부와 협의중이다.문체부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국책기관이 아니라 정부출연기관이라는 정문연의 위상과 관련,예산을 지원하기에 법률적 장애가 있어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중인 상태. 일본의 경우 현(縣)마다 고서 박물관이 건립돼 있다.학자들은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고문서의 특성상 중앙 단위 박물관과 함께 각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인 박물관 건립도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아울러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우리 정신문화의 중요한 자산인 고문서를 효율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한 박물관 건립에 범정부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사진설명>

주요한 문화유산인 선조들의 고문서는 보존의 기법이 원시적이다.신문지에

말려 보관되고 있는 모습에서 보존 관리의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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