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프로농구, 트레이드로 '맛'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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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프로농구 선수는'종신제'인가. 프로출범 당시 한국농구연맹(KBL)이 장담했던'활발한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평준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허재(기아)의 예를 들어보자.기아는“차라리 은퇴를 해라.트레이드는 안된다”는 최후통첩을 했다.기아는 ▶허재가 다른 팀에 가면 기아를 위협한다▶10년간 보유했던 간판스타를 내놓을 수 없다▶의리를 저버리고 트레이드를 요청한 허재의 소행이 괘씸하다는등의 이유를 내세웠다.기아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그러나 프로의 관점에서 본다면 너무 감정에 치우친 것 같다.

프로에만 있는'샐러리캡'의 본질을 짚어보자.이 제도는 연봉이 많은 우수선수의 편중을 막고 연봉총액을 지키는데 부담을 주는 비싼 선수는 트레이드,전력 평준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허재는 지난 시즌 기아의 최고연봉 선수였다.그러나 챔피언결정전에서 부진했고 독자행동으로 구단의 명예를 손상했다.허재가 잔류할 경우 그의 높은 연봉은 MVP 강동희에게 줘야할 연봉을 잠식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다른팀의 사고방식도 기아와 별 차이가 없다.간판선수를 내주고 허재와 맞교환하려는 팀이 없다.시즌이 끝난지 두달이 됐지만 어느팀에서건 트레이드의'트'자도 듣기 어렵다.

팬들은 우지원(대우)이 기아 유니폼을,전희철(동양)이 나래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같은 극적인 변화를 기대한다.매시즌이'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매시즌 버전이 바뀌는 프로야구.축구로 발길을 돌려버릴지 모른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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