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기쁨찾자>강서구 장애인의 손발 '노란까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지난해 8월 서울강서구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홀로 방치된 듯이 살아온 중증장애인 황계순(57.여.방화6단지)씨에겐 생각지도 못했던 반가운 일이 생겼다.

33년전 사고로 왼발을 절단하게 되면서 치료 후유증으로 전신이 마비되는 고통속에 살아왔지만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 병원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터였다.

이같은 황씨에게 노란제복의 '귀인'들이 나타난 것이다.

택시를 몰고 찾아온 노란천사들이“앞으론 매일 병원에 모셔다 드릴테니 걱정 마시라”는 말을 처음엔 알아듣지 못했다.

꿈인가 생시인가,이들이 천사가 아닌지를 수없이 확인한뒤 그냥 인사치레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노란제복의 사나이들은 정말 매일 오전 하루도 빠짐없이 한사람씩 사람을 바꿔가며 아파트를 찾아왔다.

움직이지 못하는 황씨를 업어 택시에 태운뒤 한달동안 김포 중앙병원,서울 보라매병원등으로 데려가 재활치료등을 받게 하고 함께 치과를 찾아가 틀니도 끼워주었다.

어느때는 노란천사들이 부인과 아이들을 함께 데려와 음식을 대접하고 집안청소도 해주었다.

움직이기도 어려운 채 버려지듯 살아가던 황씨에게 이들은'하늘이 보낸'없어선 안될 친구가 된 것이다.

황씨와 같이 고생하는 장애인.노인들을 병원까지 무료 수송해 주고 손발이 돼온 서울강서구 개인택시 기사들의 모임인'까치 자원봉사대'(대장 趙光洙.37)가 창립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5월10일 趙씨등 30여명의 택시기사들이 모여 발대식을 가졌던 봉사대가 1년만에 회원이 75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무료승차 인원은 1천4백4명.1년동안 9백35대의 차량이 동원돼 8백76회의 봉사활동을 벌였다.

장애인.환자들을 병원에 데려다 주고 입시때는 수험생들의 발이 됐다.이틀을 근무한뒤 하루씩 쉬는 짬을 이용해 봉사에 나선 것이다.

봉사단 여직원이 비번인 대원에게 전화로 연락하면 대기 차량 15대가 차례대로 출동한다.요즘은 하루 10건 정도의 수송 부탁이 접수된다. 까치 봉사대원들은 이밖에 틈틈이 짬을 내 노인.장애인등과 단체 나들이도 하고 소년소녀가장들을 초청해 즐거운 시간도 갖는다.

경비는 모두 대원들이 자비로 부담하고 대부분의 행사에는 부인과 자녀등 가족도 동행한다.지난 1년동안 이같은 단체봉사를 12차례나 가졌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전10시 등촌4복지관에서 1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대장 趙씨는“도움을 받는 분들의 밝은 모습과 기쁨을 보며 늘 그들의 곁에 있을 것이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며 활짝 웃었다.

1주년 기념식장은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과 이들 자신,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웃들이 또 한번 감동을 받는 자리였다.

연락처는 등촌4종합사회복지관내 강서자원봉사단(02-3662-1134). 이창호 전문위원

<사진설명>

서울강서구'까치 자원봉사대'의 안효식.허지봉.김철씨(로부터)가 지난 3일

오전 황계순씨의 아파트를 찾아 황씨를 병원으로 수송하기 위해 몰고온

개인택시에 안아 싣고 있다. 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