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 44조원 돈벼락 - 핼리팩스社 은행변신 과정서 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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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금 영국에는 때아닌'돈잔치'가 벌어지고 있다.이유는 올해 영국의 4개 빌딩 소사이어티가 은행으로 전환하면서 고객들에게 주식을 무상제공하고 있기 때문.그 대상과 규모도 어마어마해 연말까지 약 1천6백만명의 고객들이 약 3백억파운드(약 44조원)의 불로소득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이는 영국의 모든 가구가 가구당(4인기준)약 2백70만원을 거저 얻는 규모다.

지난 2일 1백44년 역사를 가진 영국 핼리팩스 빌딩 소사이어티는 주식회사 형태의 은행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7백60여만명의 고객에게 최소 2백주부터 최대 1천3백81주까지 전체 약 25억주를 무상으로 나눠줬다.

핼리팩스 주식은 거래 첫날 런던증시에서 7.345파운드에 거래를 마쳐 평균치인 3백30주를 보유하고 있는 핼리팩스의 주식 소유자는 약 2천4백파운드(약 3백50만원)의 이익을 얻게 됐다.

상장뒤 핼리팩스의 주식 시가총액은 1백80억파운드를 기록,단숨에 영국 8위의 기업으로 뛰어올랐으며 HSBC.로이드에 이어 세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이 됐다.

빌딩 소사이어티란 19세기초부터 주택마련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원제 상호금고형태였으나 점차 상설화돼 사실상 소매금융업무를 담당해 왔다.핼리팩스사의 경우 영국 가계대출시장의 20%를 장악하고 있는 영국 최대의 빌딩 소사이어티다.그러나 금융기관간의 고유영역이 허물어짐에 따라 이들은 자금조달이 보다 쉬운 은행형태로 전환,보험.증권등을 함께 취급하는 종합금융기관으로의 변신을 추진하고있다.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익이 나도 배당할 주주가 없었던 빌딩 소사이어티의 이익유보금은 이번 주식회사설립을 계기로 자본금화하면서 현세대의 고객들이 큰 이익을 보게 된 것이다.핼리팩스사의 경우 현재 현금자산만도 30억파운드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4월 같은 빌딩 소사이어티인 얼라이언스 앤드 리세스터가 은행으로 전환하면서 약 30억파운드어치의 무상주를 나눠줬으며 울위치.노던락사등도 올해중 은행으로 전환하면서 무상주를 분배할 예정이다.

이런 엄청난 돈이 영국 국민들의 호주머니속으로 들어가자 당연히 물가상승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많은 분석가들은 현재 기관투자가들의 매수공세 때문에 핼리팩스의 주식이 과대평가되고 있지만 점차 주가는 하락하게 될 것이며 주식보유자도 당장 주식을 팔아 소비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인플레 압력때문에 현재 6.25%인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7% 가까이 인상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실정이다.인플레만 없다면 영국국민들은 이번에 조상들의 음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 됐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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