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보 싸고 한국.미국 신경전 -북한 살상무기 개발 미국언론 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정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국 고위 정보당국자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포함,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에 관한 기사가 최근 외국언론에 잇따라 보도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말 서울에서 열렸던 한.미 정보관계자 회의에선 북한의 노동1호 실전배치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양국은 지난 3월24일 북한 북동지역에서 발견된 이동식 발사대를 갖춘 노동1호 3기에 대해서는 서로 인정했다. 그러나 한국측은 미국측이 주장한 새로운 7기의 실전배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국방부 관계자는“미국측이 한국 정보당국을 설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보당국이 미국측 주장을 쉽게 수용할 수 없는 것은 그에 따른 뒷감당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북한군이 보다 많은 미사일을 보다 빨리 실전배치했다면 우리는 이같은 위협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노동1호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등 대공(對空)방어 무기체계를 계획보다 빨리 도입해야 한다.

또 노동1호에 실린 화학무기에 대비할 방호복및 마스크도 추가로 구매해야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노동1호 7기를 추가로 배치했다는 정보가 지난달 31일 군사전문지 제인스디펜스 위클리에 흘러나간 것이다.이로써 노동1호 7기의 실전배치가 기정사실화 됐다.

이와함께 워싱턴 타임스는 5일 황장엽(黃長燁)전 북한 노동당비서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지하핵실험까지 준비했다는 진술을 미 중앙정보부(CIA)의 보고서를 인용,보도했다.

우리 정보당국은 미국측이 이같은 일련의 보도들을 흘린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보도내용이 대부분 노동1호 미사일과 핵.화학무기등 대량 살상무기에 관련된 내용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런 보도는 북한이 노동1호에 마치 핵이나 화학무기를 실어 유사시 남한을 공격하고 일본까지 위협하는 듯한 심리를 불러일으키려는 미국의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미국은 그결과 한국과 일본이 전역미사일방어(TMD)에 적극 참여토록 유도,미제 방어미사일을 수출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