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관위 3大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서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 차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치권으로 돈 덜드는 정치를 위한 혁명적 요구가 밀려들고 있다.

한보사건과 대선자금 논란속에서 고개를 든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 움직임에 4일 중앙선관위도 가세했다.선관위는 위원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등 3대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확정했다.소속당의 이해관계를 앞세운 여야의 개정안과 달리 선관위는 비교적 중립적 견해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선거법=돈 선거에 대해 철퇴를 내리자는게 선관위 개정의견의 기본골자였다.현수막 폐지,홍보물 1종류로 통폐합등 94년 제정된 통합선거법을 더욱 강화했다.이런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건 사조직 활동의 대폭 제한이다.

선관위는 아예 사조직의 정의를 명문화했다.특정 선거와 후보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소.후원회.향우회.산악회등 동호인 모임까지 사조직으로 규정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민주산악회와 나사본은 물론 최근 여야 대선예비주자들이 선관위에 신고했던 각종 모임이 모두 해당된다.특히 이를 위반했을 경우 사조직 결성자 뿐만 아니라 사조직을 이용한 후보까지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정당연설회와 개인연설회는 옥내집회만 허용됐다.대규모 장외집회가 금권선거의 주범이란 점에서다.

정치권에 대선자금 시비를 불러일으킨 법정선거비용 규정도 손질을 많이 했다.

법정비용에서 제외됐던 선거운동준비비등을 포함시켰다.뭉텅이 돈이 소요되는 지구당대회등 정당활동비는 법정비용에는 포함시키지 않되 사후신고 의무화와 함께 일반에 공개키로 해 선거와 관련된 비용의 총 지출규모를 검증할 수 있게 했다.

또 선관위 단속직원에게 질문.조사권,자료제출 요구권을 보장,선거감시활동의 실효성을 높였다.

TV토론과 방송연설등은 돈선거 규제에 대한 반대급부차원에서 확대됐다.

◇정치자금법=지정기탁금의 복수정당 지정을 의무화했다.기탁금 여당 편중현상에 대한 야당의 문제제기를 일부 수용한 셈이다.특히 2개이상 정당을 지정할 경우에도 한개 정당에 기탁금의 70%를 초과할 수 없게 했다.기득권을 의식한 여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음성적 정치자금(떡값)수수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해 한보 정치인 수사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허술한 규정도 보완했다.위반하면 피선거권까지 박탈하도록 했다.

이날 발표된 선관위 개정의견중 압권은 정당이나 개인에 대한 기업등 법인의 정치자금 제공을 금지하자는 새로운 안이다.기업과 정치권의 결탁을 봉쇄하자는 취지다.

대신 기업의 경우 법인세의 일정액을 정당발전기금으로 원천징수해 국고보조금 배분비율에 맞춰 정당에 배분하자는 내용이다.미국의 '3Dollar-Checkoff(일괄공제제)'에서 따온 것이다.기업들 입장에선 특정 개인이나 정당에 대한 정치자금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반면 원천징수의 불이익이 병존한다.

이 안이 채택되려면 세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논의가 주목된다.

◇정당법=정당의 정책활동보다 설치와 운영에 많은 비용이 드는 읍.면.동의 연락소를 폐지하도록 했다.

◇전망=이날 확정된 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은 6월 임시국회에 제출돼 여야의 개정안과 함께 다뤄진다.그러나 과거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를 돌이켜보면 여야의 당리당략속에 선관위의 의견은 대부분 묵살됐다.

그래서인지 선관위는 이날“정치권이 대승적인 입장에서 우리 의견을 참조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돈 덜드는 정치를 위해 선관위가 제출한 개정의견이 정치권에서 어떻게 수렴될지 주목된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