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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살까 말까, 손끝에게 물어봐 … 감각 깨우는 ‘터치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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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만지면 반응한다’. 이는 촉감을 강조한 휴대전화의 광고 문구다. 만지는 느낌을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우는 제품은 이뿐이 아니다. 전자제품부터 패션·화장품·생활용품까지 ‘손끝의 느낌’을 들고 나왔다. 귀와 눈과 버튼을 클릭할 손가락 하나면 다 되는 디지털 세상에 ‘촉감’이라는 말초적 감각이 시장에 넘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케팅 전문가들은 “아날로그 시대의 따뜻한 감성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가 바로 촉감”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동섭 웰콤마케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서불안 아동의 심리치료에도 촉감을 활용한 방법이 많은 것처럼 촉감은 정서를 안정시켜 주는 가장 중요한 감각”이라며 “요즘처럼 경기 불안 등으로 심리가 불안할 때 촉감 제품은 심리적 안정을 주는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지면 반응’ 휴대전화 … 진동 느껴지는 자동차

 ◆감성의 디지로그 제품이 뜬다

삼성전자 ‘유엑스 파트(UX part)’의 윤중삼 책임은 “디지털 제품에 아나로그적 감성을 입히는(디지로그 기술) 게 요즘 제품 개발을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민에서 나온 제품이 최근 뜨고 있는 ‘햅틱’과 같은 촉감을 강조한 휴대전화. 그는 “휴대전화의 스크린이 단지 밋밋한 유리창을 만지는 느낌보다 때로는 책장을 넘기는 느낌, 때로는 볼록한 버튼을 누르는 느낌이면 훨씬 재미있고 친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런 촉감 때문에 차가운 디지털 제품을 자꾸 만지고 싶어하는 물건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운전장치에도 촉감이 등장했다. BMW의 아이드라이브는 운전석 바로 옆 센터콘솔에 있는 컨트롤러로 차내의 수백 가지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다. 온갖 기능이 디지털로 화면에 표시되지만 작동은 컨트롤러의 촉감 하나로 가능하다.

이를 위해 아이드라이브는 오디오를 조작할 때 컨트롤러의 느낌과 창문을 열고 닫을 때 컨트롤러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각기 다르다. 운전자는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만으로도 상황 변화를 알 수 있는 셈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아이드라이브에 대해 “손끝에서 느껴지는 다른 감각만으로 차 안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에 집중하기 쉬워졌다”고 평가한다. 또 소니 노트북 바이오의 ‘핑크리자드’ ‘실버리자드’ 는 도마뱀 가죽 무늬로 표면을 처리해 자연의 느낌을 살린 것.



모피 촉감 아웃도어 … 손 느낌 특별한 가죽재킷

 ◆옷도 이젠 만져보고 사라

첨단 기술을 적용한 고기능성을 강조하는 아웃 도어 패션 분야에서도 촉감을 강조하는 경향은 두드러진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의 강석권 디자인실장은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보아’ 소재는 표면의 기모(천의 표면에 아주 짧게 솟아나온 일정한 길이의 털 같은 것)가 다른 소재보다 더 길다”며 “이 때문에 고객이 제품을 만졌을 때 다른 옷보다 더 부드러워 모피를 연상시켜서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강 실장은 “전에는 옷을 입었을 때 피부에 닿는 안감의 촉감에만 신경썼는데 요즘은 고객이 주로 만지는 겉면 소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촉감 마케팅은 매장 디스플레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LG패션 디스플레이 담당 이명혜씨는 “촉감이 아주 부드럽거나 거위털 패딩처럼 푹신하게 보여 만져보고 싶게 만드는 소재의 제품을 입구 쪽에 배치한다”며 “이렇게 하면 손님들이 옷을 만져보고 안으로 들어오면서 다른 제품도 만져보는 유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가죽 소재의 옷을 특별 가공해 직접 만져보지 않고는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재킷을 내놨다. 보통 가죽 재킷을 만들 때 48시간 정도 걸리던 무두질을 더 오랫동안 해서 만든 가죽 제품이다. 더 부드럽고 가볍게 만들어진 가죽은 겉으로 보면 등산용 바람막이 점퍼처럼 아주 얇은 비닐 소재처럼 보인다. 시각 말고 촉각까지 동원해야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패션인 셈이다.



손 닿으면 물 되는 화장품 … 나뭇결 살린 종이

 ◆손끝의 느낌을 팔아라

화장품은 본래 피부에 닿는 감촉이 가장 중요한 분야. 최근 화장품에 접목된 촉감의 주제는 ‘재미’다. 라네즈의 ‘하이드라 솔루션 에센스’는 용기에서 짜내면 보통의 에센스처럼 약간 묽은 크림 형태다. 그런데 이 에센스는 손으로 살짝만 문질러도 피부 표면에서 물처럼 변한다. 제품을 만들 때 넣은 히말라야 산맥의 ‘스노 워터’가 들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고안한 컨셉트다. 제품 개발을 담당한 라네즈 프로덕트 매니징팀 이혜진 과장은 “손이 닿자마자 에센스 자체가 물방울로 변하는 걸 보면 ‘아, 이게 수분이구나’하고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알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마다 제품의 효능이나 효과는 거의 평준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촉감이라는 1차원적 소재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촉감 제품들은 생활용품에서도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올록볼록 입체감을 넣은 편지 봉투, 나뭇결처럼 느껴지는 코르크 재질을 그대로 적용한 메모지 등을 개발한 쓰리엠도 촉감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쓰리엠 포스트-잇 배효진 브랜드 매니저는 “촉감이 강조된 제품은 소비자들이 더 관심을 갖고 직접 만져보며 감촉을 경험해 본다”며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일반 상품보다 2배 이상 높다”고 전했다. 쓰리엠 기술연구소 성영주 연구원은 “제품을 직접 만지며 그 제품과 소비자가 교감하면 그것을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특별한 것으로 인식한다”며 “그래서 요즘 상품들이 기능과 디자인에 더해 고객의 느낌을 자극할 만한 혁신적인 재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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