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故 서영춘家 피는 못속여 딸이어 아들 코미디 입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남을 웃긴다는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팔짱낀 시청자들이 가늘게 눈을 뜨고 TV를 보는 우리 현실에서 금기시되는 소재는 요령껏 피해가야하는 외줄타기를 몇번 하다보면'저질'코미디언으로 전락하기란 별로 어렵지 않다.코미디언 2세가 드문 이유도 그렇게 힘든 일을 자식에게는 시키고싶지 않다는,부모에게 쏟아지던 손가락질을 더이상 받고싶지 않다는 바람 때문이리라. 그래서 한 코미디언 2세의 외줄타기는 자연히 눈길을 끈다.아버지가 타던 그 외줄에 누나에 이어 이번에는 동생까지 나섰다.

서동균(26.사진).광운대 전기공학과 졸.올해 초 KBS 신인 코미디언으로 뽑힘.그의 신상명세서에 낯익은 이름이 있다.서영춘.그리고 서현선. 86년 간암으로 세상을 뜰 때까지 20여년간 TV를 통해“요건 몰랐지,가갈갈갈”을 외치며 서민들에게 잠시나마 삶의 애환을 잊게 했던 사람.그리고 그의 딸인 개그우먼 서현선이 이 젊은이의 아버지와 누나다.“어려서부터 방송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아버지의 영향이었죠.”그러나 자라는 동안 그는 가족 누구에게도 이런 자신의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군복무를 마치고 방송사를 기웃거리다 KBS에 원서를 냈다.1차에 합격하자 비로소 누나(28)에게 얘기를 꺼냈다.서울예전을 졸업한뒤 90년부터 KBS 코미디언으로 활약하던 누나는 펄펄 뛰었다.어머니 이영옥여사의 반응도 차가웠다.

누나와 어머니의 반대속에 2차 시험을 봤다.12월초 3차 연기 시험을 치르러 가는 날 아침.한달여동안 말 한마디 없던 어머니가 아들을 불렀다.“손을 내밀어 보거라.”아들에게 어머니는 무언가를 손에 담아 내밀었다.

“어제밤 내가 꾼 꿈이다.네게 행운을 줄거야.” 어머니의 말은 시험장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결국 아들을 울게 했다.서동균은 지난 3월 그 줄 위에 올라갔다.

'코미디 일번지'의 '이유있는 반항'에서 불량스런 임하룡을 따라다니는 멀대 남학생으로 등장했고 지금은'열려라 코미디'의'좋은 걸 어떡해'코너에 출연중이다.슬랩스틱 코미디의 대가 서영춘씨의 아들이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얻어맞고 넘어지는 것보다는 연기를 통해 잔잔한 웃음을 전하고 싶어요”. 글=권혁주.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