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다국적기업 세계시장 과점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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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세계시장을 몇몇 초대형 다국적기업들이 장악하는 이른바'세계시장 과점화(寡占化)'현상이 심화되고 있다.시장장악을 위해 세계적 대기업들은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사업교환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민간항공기 분야에서는 미국 보잉사가 맥도널 더글러스와의 합병을 통해 독보적 위치를 굳혔고 통신업계에는 브리티시텔레콤과 미 MCI의 합병발표에 자극받은 AT&T가 SBC와 5백억달러 이상의 합병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는등 몸체불리기를 위한 짝짓기가 한창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화학업체 듀폰은 영국 ICI사의 나일론 사업부문을 넘겨받는 대신 자사의 아크릴수지 사업부문을 ICI에 넘기는 사업교환을 실시했다.듀폰은 나일론시장에서,ICI는 아크릴수지 사업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기술력이 시장지배를 좌우하는 컴퓨터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이런 현상이 심화돼왔다.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퍼스널 컴퓨터용 소프트웨어와 초소형 연산처리장치 분야에서 각각 9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해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과점화현상은 컴퓨터.통신등 첨단 기술업종을 비롯,자동차.전자.화학및 의약.철강등 업종을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다.

과점화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배경으로 ▶기업활동의 글로벌화▶세계적인 규제완화 바람을 들 수 있다. 전세계를 상대로 한 제품의 개발.생산.판매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초대형 다국적기업이 아니면 감당해내기 어렵다.말하자면 자금력 때문에 과점화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미국.유럽연합(EU).일본등의 초대형 기업들은 시장지배적 기업대열에 끼지못하면 사라진다는 생각으로 시장점유율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특히 지난 90년 전후 버블경제의 후유증으로 고전했던 일본기업들은 효율경영을 우선적으로 내세웠으나 최근에는 다시 시장지배를 위한 점유율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오쿠다 히로시(奧田碩)도요타자동차 사장이 지난해 사장에 취임하면서“일본 자동차시장에서 도요타의 시장점유율을 다시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세계적인 규제완화 바람도 과점화를 촉진시키고 있다.이는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미국은 다국적기업들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레이건 전대통령 시절부터 독점금지법 완화를 통해 세계시장 과점화를 부추겨왔다.지난해는 통신시장에 대한 규제를 전면 해제해 통신업계의'새판 짜기'를 촉발했고 이는 업체간 인수.합병,업무제휴등을 통한 세계 통신시장 과점화의 방향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제전문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5년후 세계시장에서 주도적 기업으로 살아남을 업체를 앙케트를 통해 예상 보도,주목을 끌고 있다. 〈표 참조〉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반도체부문의 삼성전자와 철강분야의 포항제철만이 이 대열에 들어있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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