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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나는 금강산 관광 현지 르포] "北, 관광사업 적극 협조 마음의 문도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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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금강산 관광은 남북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만들어 가는 통일 사업입니다."

이윤수(53)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측이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를 쌓게 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이 소장은 1998년 6월 현대그룹의 대북사업단에 부임해 관광 초기부터 실무를 관장한 금강산 관광의 산증인이다. 99년 7월부터 2년4개월 동안 현지 부소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2년여 본사 근무 후 지난해 10월 현지 총소장으로 부임한 그는 남쪽 관광객을 대하는 북측 주민들의 태도를 '천지개벽'이라고 표현했다.

"관광 초기에는 관광객이 이동할 때 북측 주민을 볼 수가 없었어요. 관광객을 경계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개의치 않고 밭이나 거리에서 작업을 합니다. 북측 관계자도 관광 활성화를 위한 우리 측 제안을 거절하기 일쑤였습니다. 사업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에 보따리를 싼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는 북측 관계자들도 관광사업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장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 남북 인적교류가 확대된 것을 큰 보람으로 삼고 있다. "분단 반세기 동안 북한을 방문한 인원이 5000여명에 불과했어요. 그러나 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60만명의 남측 주민이 다녀갔어요. "

이 소장의 보람 뒤에는 아픔이 묻혀 있다. 그는 77년 당시 '잘 나가던'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설마 월급도 못 받는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지만 2003년에는 현대아산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두 차례나 월급을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또 사업 초기 금강산은 유배지나 다름없었다. 2000년 10월까지는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것은 물론 TV 시청도 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어쩌다 찾아온 가족들이 돌아간 뒤엔 남몰래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장은 통일사업의 전초기지에 있다는 보람에 기대어 버틴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대북 협력사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라 마른 논에 물대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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