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53)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측이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를 쌓게 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이 소장은 1998년 6월 현대그룹의 대북사업단에 부임해 관광 초기부터 실무를 관장한 금강산 관광의 산증인이다. 99년 7월부터 2년4개월 동안 현지 부소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2년여 본사 근무 후 지난해 10월 현지 총소장으로 부임한 그는 남쪽 관광객을 대하는 북측 주민들의 태도를 '천지개벽'이라고 표현했다.
"관광 초기에는 관광객이 이동할 때 북측 주민을 볼 수가 없었어요. 관광객을 경계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개의치 않고 밭이나 거리에서 작업을 합니다. 북측 관계자도 관광 활성화를 위한 우리 측 제안을 거절하기 일쑤였습니다. 사업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에 보따리를 싼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는 북측 관계자들도 관광사업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장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 남북 인적교류가 확대된 것을 큰 보람으로 삼고 있다. "분단 반세기 동안 북한을 방문한 인원이 5000여명에 불과했어요. 그러나 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60만명의 남측 주민이 다녀갔어요. "
이 소장의 보람 뒤에는 아픔이 묻혀 있다. 그는 77년 당시 '잘 나가던'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설마 월급도 못 받는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지만 2003년에는 현대아산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두 차례나 월급을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또 사업 초기 금강산은 유배지나 다름없었다. 2000년 10월까지는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것은 물론 TV 시청도 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어쩌다 찾아온 가족들이 돌아간 뒤엔 남몰래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장은 통일사업의 전초기지에 있다는 보람에 기대어 버틴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대북 협력사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라 마른 논에 물대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