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이래서야>8.음악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대학은 사회 각 분야에 전문인력을 공급하는 마지막 교육기관이다.그러므로 사회의 변화를 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그러나 국내의 음악대학들은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는 커녕 거의 의도적으로 무관심해왔다.국내 음악대학들은'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19세기의 미학을 거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음악관으로 고수하면서 소비자가 더 이상 찾지도 않는 상품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거대한 공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음악계는 음악인력의 수요와 공급 사이의 불균형 속에서 실업자를 양산하면서도 전문인력의 기근을 겪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기형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것이다.

최근 음대 입시생들의 절대수 감소에다 교육시장 개방과 외국 음악교육기관의 국내진출이 겹쳐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이제 국내 음악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한국 음악교육의 정상화를 막고 있는 최대의 장애물은 막연한 외국 선호사상과 고비용 구조다.외국 것이라면 무엇이든 우리보다 나을 것이라는 환상은 후진국적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물론 우리의 교육내용이 외국에 비해 너무 획일적이라는 데도 원인이 있다.

수요를 염두에 두지 않는 커리큘럼은 독주자도 교육자도 오케스트라 단원도 아닌 어정쩡한 연주자들만 양산하고 있다.피아니스트는 많은데 마음놓고 반주를 맡길 만한 사람이 없고 국내 교향악단의 팝스콘서트에서 가요를 편곡할만한 사람이 없다.'열린음악회'에서도 러시아 작곡가들에게 편곡을 맡기는 현실이다.

따라서 기존의 전공과정을 세분화해 반주전문 피아니스트,편곡 전문가등을 배출해야 한다.또 연극음악.광고음악.영화음악등 다양한 관련 전공과 연계해 대중성있는 종합예술 교육을 구상해야 한다.음악학.방송음악.음악교육.실용음악.음악경영등 학교별 특성화와 집중 투자를 통해 고품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음악비평.음악행정.실용음악등 사회의 수요에 부응하는 새로운 전공들을 신설해 실기인력과 비실기인력을 균형있게 양성해야 한다.이러한 개편을 통해 전문성과 다양성이 실현될 때 한국의 음악대학은 외국 유학을 위한 예비학교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다. 〈조선우 교수 동아대예술대학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