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개혁보다 개선 택해 - 左派 압승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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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좌파의 압승은 프랑스 국민이'개혁'보다는'개선'을 원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사건이다.

사회당등 좌파는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회적 연대(連帶)에 바탕을 둔 기존의 사회.경제제도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현실에 맞게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좌파는 유럽단일통화제도 가입을 위해 프랑스의 사회복지혜택을 축소할 계획이 없으며 총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삭감 없이 주당 근로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여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좌파의 이와같은 정책은▶기업에 대한 사회복지부담 경감▶국영기업 민영화▶공공부문의 대대적 인력감축 등을 통해 프랑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우파의 인기없는 공약과는 크게 다른 것이었다.

때문에 좌파의 승리는 비록 경쟁력에서는 미국이나 영국에 뒤지더라도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동체 의식의 승리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눈앞의 손해는 참지 못하는 프랑스 국민 특유의 조급성의 발로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총선의 최대 패배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다.전체의석의 80%를 우파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를 전격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한 그의 정치적 결단이 중대한 실수였음이 드러난 것이다.앞으로 5년간 좌파총리와 권력을 나눠 갖게 됨으로써 유럽통화 단일화를 향한 그의 의지는 중대한 시련에 직면하게 됐다.

우파의 총선전략도 잘못됐다는 분석이다.

좌파는 12.8%에 달하는 실업률 대책에 초점을 맞춰 일사불란한 선거운동을 편데 반해 우파는 한 목소리를 내는데 실패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1차투표 참패 직후 20년 심복인 알랭 쥐페 총리를 해임했으나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여기다 극우파인 국민전선(FN)의 선전(?)도 우파에는 악재로 작용했다.FN은 전국 75개 선거구에서 우파.좌파와 3파전을 벌여 우파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했다. 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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