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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쓰나미 엄청난 양과 속도로 몰려와 경기 회복 시점 함부로 말할 입장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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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후보로 발탁된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19일 서울 광화문 인근 사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사령탑을 맡게 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는 것으로 내정 소감을 대신했다. 19일 오후 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난 윤 내정자는 “아직 청문회도 거치지 않았고 업무 파악도 안 됐다”며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앞으로 소신은 굽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을 말해 달라.

“경제 불황의 쓰나미가 엄청난 양과 속도로 몰려 오고 있다. 잘 대처하려면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희망과 용기를 놓지 않으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모두 힘을 합치는 데 기여하겠다.”

-현 경제팀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

“그분들도 어려운 시기에 임무를 맡아 고생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경제가 언제쯤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나.

“사인(私人)일 때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함부로 말할 입장이 아니다.”

-국제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G20 정상회담이 4월로 예정돼 있다. 우리는 영국·브라질과 공동 의장국으로서 의제를 정하고 신흥국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해외 근무를 하면서 국제 금융시장과 국제 금융기구가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이는지 직접 봤고 사람도 많이 만났다. 값비싸게 얻은 경험이 소중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일할 때 소신 발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제도를 변경하거나 법을 개정할 때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필요하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어떤 문제든 이슈를 제기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지난 정부에서 내가 제기한 게 지금 법제화되는 것도 있고, 시행 중인 것도 있다. 이번에도 그런 방향으로 일하겠다.”

-재정부와 금융위·한국은행의 정책 협조는 어떻게 이뤄갈 생각인가.

“견해는 다를 수 있다.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루는 게 민주주의의 장점 아닌가. 정부는 국민에게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토론은 불가피하다. 모든 기관의 생각이 같다면 여러 기관을 둘 필요가 있겠는가.”

-참여정부 때도 부총리 제의를 받고 청와대까지 갔다가 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간 지 7개월밖에 안 됐을 때다. 해외에서 돌아온 지도 얼마 안 됐고. 당시는 금융감독 수장으로서 가능한 한 임기를 채워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사하고) 미리 잡혀 있던 출장을 떠났다.”

-윤 ‘따거(大哥·큰형)’라는 별명이 있는데.

“같은 공직자들과 대화하고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내가 나이가 많다 보니 그런 말이 나왔다. 진정이 소통하는 데 가장 좋다. 견해는 다를 수 있다. 소통을 통해 컨센서스를 이뤄가는 게 민주주의의 장점 아닌가.”

-청문회 준비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한 번도 안 해봐서 모르겠다.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의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거기서도 내 뜻과 생각을 분명히 전하겠다. 최대한 최선을 다하겠다.”

한편 진동수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금융정책을 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를 맡게 돼 영광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새로 중요한 자리에 가는 분들(윤증현 장관 내정자, 윤진식 경제수석)과는 예전에 같이 일했던 경험이 있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외 금융시장의 흐름을 같이 보면서 유관 기관과 팀플레이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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