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기자의 오토포커스] 쌍용차 법정관리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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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 자동차 업계 중에서 쌍용차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첫 희생자가 됐습니다.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을 지켜보면 2004년 한 외국계 컨설팅 회사 대표가 쓴 『한국을 버려라』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이 책에선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한국 기업문화 풍토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합니다. ‘우물안 개구리 시각이 여전한데 어떻게 아시아의 중심 국가가 되겠느냐’는 질타지요.

쌍용차 사태에서 대부분의 언론이 상하이차를 ‘먹튀’라고 몰아세웠지만 두 가지는 꼭 짚어 봐야 합니다. 중국 기업이 대주주인 외국 기업에 대해 공평한 잣대를 들이댔는지와 노조와 시민단체가 주장한 기술유출 여부입니다.

상하이차가 2005년 쌍용차를 인수한 이유는 기술이 탐나서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기술에 대한 적정한 이전가격을 냈는가 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기술유출 공방은 모두 ‘주장과 설’뿐입니다.

자동차는 반도체나 로켓처럼 하이테크 산업이 아닙니다. 신차 설계도와 기술은 시장에서 로열티만 내면 얼마든지 살 수 있고 첨단 부품은 부품회사에서 통째로 사면 됩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떻게 싸고 더 잘 만드는지’에 따라 우열이 가려집니다. 그런 게 어려워 아무나 못합니다. 사실상 중간기술의 ‘미드 테크’인 셈이죠.

쌍용차 기술은 사내 전산망을 통해 설계도가 상하이차에 통째로 넘어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령 상하이차가 벤츠의 설계도를 구했다면 벤츠를 만들 수 있을까요. 설계도 안에 담긴 핵심은 그 업체의 노하우입니다. 노하우가 전수되지 않으면 설계도는 단순한 그림일 뿐입니다. 쌍용차의 신차 개발 담당 엔지니어 수십 명이 상하이차로 옮겼다면 그건 명백한 기술유출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체리자동차가 마티즈를 닮은 ‘QQ’를 만든 데는 대우차의 핵심 개발인력을 스카우트한 덕분이라고 합니다. 이미 중국에서 구형 한국차 설계도는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상하이차가 1조원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상법상 상하이차가 계열사인 쌍용차에 투자하려면 증자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사과 박스에 현금을 담아 보낼 수는 없는 겁니다. 그 이외의 방법은 대출 보증을 서는 정도입니다. 쌍용차처럼 외국 자본에 인수된 르노삼성이나 GM대우도 본사 투자는 한 푼도 없습니다. 모두 영업이익을 내 재투자한 것이죠. 쌍용차는 인수 이후 이익을 내지 못한 게 다를 뿐입니다.

더구나 기술유출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사 결과가 나오고 불법이 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떨어진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한국은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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