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 한 잔 값으로 삼성그룹 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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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호 26면

삼성그룹은 최선의 투자 대상이다. 산업별로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있다. 대부분 각 분야 1등 기업이다. 그룹 수출 규모가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한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 경제가 망하는 거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다.

돈이 되는 금융상품 - KODEX삼성그룹 ETF

펀드들도 이런 삼성그룹의 영향력에 주목했다. 한국투신운용은 2004년 삼성그룹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았다. 최근까지 유사한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 규모는 6조원에 육박한다. 성과도 시장의 부침에 관계없이 꾸준하다.
최근에는 한 단계 진화한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왔다. ‘KODEX삼성그룹’은 3000여원으로 삼성그룹 전체에 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편리함도 더했다.

소액으로 분산 투자
ETF는 특정 지수를 따르는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만든 상품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움직이는 100억원짜리 인덱스 펀드가 있다고 치자. 이를 100만 개로 쪼개 주식처럼 만들어 거래소에 상장하면 1주당 만원짜리 ETF가 된다. 삼성전자 1주를 사자고 해도 50만원이나 되는 돈이 드는 데 반해 이 ETF를 사면 1만원으로 코스피200지수에 속하는 우량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셈이 된다. 즉, ETF의 장점은 적은 돈으로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은 펀드 투자로도 가능하다. ETF는 여기에 더해 거래가 편하다. 펀드에 돈을 넣으면 최소 다음날은 돼야 실제로 투자가 이뤄진다. 또 환매를 하면 최소 3일은 지나야 통장에 현금이 입금된다. 그러나 ETF는 주식처럼 그때그때 가격을 보고 살 수 있다. 또 이틀만 지나면 현금으로 돈을 찾을 수도 있다. 펀드이기 때문에 주식 거래 때 내야 하는 거래세(0.3%)도 면제된다.

무엇보다 ETF의 장점은 투자 비용이 싸다는 것이다. 보수·수수료 등은 0.5% 안팎으로 다른 주식형 펀드(연 2.5~3%)는 물론이고 인덱스 펀드(연 1.5~2%)보다 훨씬 저렴하다.

KODEX삼성그룹은 이러한 ETF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 16일 현재 주당 가격은 3210원. 라테 한 잔 값이면 삼성그룹 14개 계열사 주식에 분산해 적은 비용(보수 연 0.4%)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HTS나 은행신탁 이용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 실제 투자를 해 봤다. HTS의 종목 검색 화면에 ‘KODEX삼성그룹’을 넣으니 해당 종목이 떴다. 15일, 당시 현재가(3135원)에 1주를 넣고 체결을 기다렸다. 얼마 후 체결됐다. 이후 3125원, 3115원, 3105원에 각각 한 주씩 매수 주문을 냈다. 이날 종가는 3100원. 모두 체결돼 4주를 사게 됐다. 평균 매수 단가는 3120원. KODEX삼성그룹이라는 주식을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다음날인 16일 종가는 3210원. 하루 새 2.88%의 수익(증권사 수수료 제외)을 올렸다.

그러나 주식 거래가 낯설거나 주식 투자 방식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주식 투자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얘기도 투자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이들은 은행에서 파는 신탁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국민·외환은행은 KODEX삼성그룹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판매한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은행이 알아서 KODEX삼성그룹을 사 준다. 사실상 펀드인 셈이다.

국민은행 상품은 만기 5년에 적립식은 매월 10만원 이상, 거치식은 1000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은행이 운용을 대신해 주는 만큼 연 1∼1.2%의 보수가 따로 붙는다.

주가 하락 위험은 감수해야
삼성그룹이라는 초우량 종목에, 그것도 분산 투자를 하기 때문에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위험이 덜하다. 그래도 원금 손실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최근 1개월 수익률(15일 현재)은 9.08%이지만, 6개월 수익률은 -16.26%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개월 8.41%, 6개월 -21.6%)보다는 낫지만 6개월 동안 원금을 까먹었다.

똑같이 삼성그룹에 투자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인 ‘한국삼성그룹주펀드’와의 수익률 차이는 크지 않다. 한국삼성그룹주펀드가 보통 1%포인트 안팎 수익률이 앞선다. KODEX삼성그룹의 운용기간이 짧아(지난해 5월 출시) 장기 투자 성과는 아직 비교하기 어렵다. 삼성투신운용 김남기 펀드매니저는 “어느 쪽이 낫다고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기왕 삼성그룹에 장기 투자할 거면 비용이 적게 드는 KODEX삼성그룹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KODEX삼성그룹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0만 주에 육박한다. 아무 때나 ETF를 사고팔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가 쉽다는 것은 그러나, ETF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주식처럼 잦은 매매를 하다가 손실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철저한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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