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겪겠지만 … 그래도 믿을 건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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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국 경제에 최악의 시련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번 주 초 UBS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한 ‘중국 투자 콘퍼런스’에 모인 전문가들이 내놓은 분석이다. 중국 경제를 이끌어 온 쌍두마차인 수출과 건설은 올해도 ‘감속’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서다. 지난해 65% 폭락한 중국 증시도 상반기까지는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주류다.

하지만 “그래도 믿을 곳은 중국”이라는 말이 덧붙는다. 속도는 크게 늦췄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꽁꽁 얼어붙은 세계 경제에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할 곳도 중국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정부·은행이 동력=왕타오 UBS증권 중국 거시경제연구부문 대표는 “적어도 3~6개월은 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라면서 “재정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반전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위기 극복의 두 축인 정부와 은행이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금융 부문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했던 탓에 그간 은행들이 대출을 크게 늘리지 않았고, 정부의 재정 여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2년간 4조 위안(약 810조원)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에는 은행들에 시중에 돈을 풀도록 독려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내 신규 대출은 7718억 위안으로 전달의 4800억 위안에 이어 급격히 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느라 돈줄을 죄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증시 단기 회복은 어려워=UBS 등 외국계 금융사들도 중국 정부의 대응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니콜 위엔 UBS증권 중국 주식부문 대표는 “UBS 등 주요 외국계 투자기관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현금 비중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나온 때와 일치한다.

그는 “반대로 주식시장의 거품이 극에 달한 2007년엔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주가 하락은 언젠가는 터졌어야 할 거품이 금융위기를 빌미로 터진 것”이라며 “그 결과 기업가치 대비 주가는 역사적인 저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폭락이 한편으론 ‘저가 매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증시의 본격적인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여전히 공포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 심리가 살아나려면 적어도 올 상반기는 넘겨야 될 것”이라며 “주가가 싸보이지만 기업 실적도 악화되고 있어 투자자들을 멈칫거리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조민근 기자

◆UBS=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그룹. 50여 개국에 8만 명이 근무하고 있다. 2003년 외국계 금융사로선 처음으로 중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 외국기관투자가’(QFII)로 승인받았다. 70여 곳의 QFII 중 가장 많은 투자 한도(8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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