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달 시장 진출하려면 싼 가격보다 독창성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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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달 시장 진출에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는 독창성입니다.”

미 조달업체 디펜스그룹의 닐 코헨(사진)이사는 13일 “가혹한 환경 조건에서도 작동하는 방수·방진 노트북을 생산하는 업체를 찾아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KOTRA의 바이코리아위크(8~14일) 수출상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워싱턴에 있는 디펜스그룹은 세계 각국에서 전자제품 등을 공급받아 정부 기관에 납품한다.

그는 “미국의 정부 조달 시장은 매우 안정적이고 일단 시장을 뚫으면 10년 이상 거래할 수 있다”며 “납품대금을 못 받는 걱정도 없다”고 말했다. 경기가 안 좋으면 민간기업은 구매를 줄이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 때 더 좋은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미 조달시장은 국방부 등 연방정부가 연 4000억 달러, 주정부가 6000억 달러로 연간 1조 달러 규모다. 대부분 미국 업체지만 외국 기업의 진입도 가능하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일본 파나소닉 등과 거래하고 있는데 한국 정보통신(IT) 기술이 뛰어나고 원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경쟁력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달 품목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독창성’으로 가격은 그 다음”이라며 “예컨대 시끄러운 곳에서 옆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독창적인 헤드세트는 일반 제품보다 값이 비싸지만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순히 개별 제품을 팔기보다는 일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털 솔루션’을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헨 이사는 “한국 업체들이 단독으로 미 정부와 거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현지 조달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 정부는 웹사이트(www.fedbizopps.gov)를 통해 구매 예정 품목 등을 안내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납품·인증 절차 등을 거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공급하려는 제품을 설명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며 “이른바 ‘엘리베이터 피칭’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피칭이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와 같은 2~3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조달 담당자에게 물건의 장점을 정확히 설명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조달 담당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기관 한 곳만 뚫으면 다른 기관에 들어가기도 쉽다. 그는 “한국 업체는 소통능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면 전문 통역사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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