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초등학교 미니방학 교실밖서 수확 풍성 - 징검다리 연휴활용 첫 실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다른 학교 어린이들이 시간맞춰 등교하고 집에서 숙제와 씨름할 때 할아버지댁에 가서 옥수수 심고 동물원에서 하마와 고래의 움직임을 비교해보는 기분은 어떨까. 경기도평택시 안중초등학교(교장 李季順) 어린이들은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짜리'초미니방학'을 즐겼다.

이 학교는 14일 석가탄신일,17일 개교기념일,18일 일요일에다 학교 자체적으로 스승의 날인 15일과 교사연수회가 열린 16일을 추가해 때아닌 방학을 실시한 것이다.

짧은 방학을 마친 전교생 1천2백여명은 19일 각자 준비한 보고서나 게시물 발표.전시회를 통해'5월 방학'의 여운을 서로 나눴다.

4학년1반 교실. 어린이들은 가족과 함께 여행.등산.간식 만들기등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큰 종이에 맵시있게 붙이고 그림도 그려 붙였다.또 다함께 만든 가족신문과 숱한 이야기가 담긴 종합보고서를 교실 구석구석마다 전시했다.

할머니댁에 가 느타리버섯을 재배하고 다듬어 상자에 담는 일을 도와드린 뒤 버섯의 성장.유통과정.영양을 알아본 선미양. 조그만 가게보다 백화점 상품이 더 잘 팔리는 이유를 공동조사한 혜진양과 보미양. 온가족이 함께 경기도여주 신륵사에 다녀온 여행기를 꼼꼼히 정리한 휘진군. 동생과 함께 채소밭의 풀을 뽑고 직접 씻은 상추로 점심을 즐긴 느낌을 사진과 글로 표현한 현미양. 먼곳을 여행하거나 친척집에 다녀오지 못한 어린이들도 집에서 강아지를 돌보고 물고기를 잡고 콩나물을 길러본 관찰 기록문과 읽은 책에 대한 독후감을 담임교사에게 제출했다.저마다 결코 후회하지 않아도 좋을 만한 시간들을 알차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들은 이어 각자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간략하게 발표했고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담임 김현숙교사는“이 보고자료들을 한주일동안 계속 전시해 어린이들이 더 많은 생각과 느낌을 보태도록 할 계획”이라며 어쭙잖게 보낸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보다 한결 값진 결실을 얻은 셈이라고 대견스러워했다.

방학에 앞서 학교측은 지난달 전교 어린이와 학부모들의 의견을 물었다.거의 전원이 대찬성이었다.

물론 부모가 모두 일해야 하는 가정의 어린이와 학부모 몇몇은 가족끼리 함께 의미있는 활동을 할 형편이 못된다며 처음에는 난색을 표시했다.

그러나 나중에는'집안 일 돕기라든가,부모가 일하는 곳 찾아 가보기등을 통해 일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겠다'는 의견서를 보내왔다.이들 학부모는 의견서에서 가족나들이나 여행이 아니라도 뭔가 뜻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가족끼리 논의한 끝에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닷새 방학이 결정되자 어린이들은 부모들과 상의하며 어떻게 보낼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전국열린교실연구응용학회 부회장이기도 한 李교장은“연간 법정 수업일수 2백20일만 지킨다면 교장 재량으로 징검다리 휴일들을 얼마든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자기주도적 학습'을 해볼 수 있는 어린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학부모들도 대부분 교통혼잡이 덜한 평일에 자녀들과 나들이도 즐기는 여유를 크게 반긴다고 李교장은 설명했다.

李교장은 교사들도 미뤄둔 일들을 처리한다든가,품이 많이 드는 수업준비.개인연수등을 할 수 있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평택=김경희 기자

<사진설명>

미니방학을 마치고 알록달록 한복 차림으로 등교한 안중초등학교 4학년1반 어린이들.각자 준비한 연구보고서나 탐방기록자료들을 번갈아 발표하는 표정이 사뭇 진지하고도 의젓하다. 평택=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