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구역 땅문서 위조해 공무원들이 지원금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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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남 보성의 하위직 공무원인 이모(40)씨는 2007년 5월께 동료 직원에게서 “300만~400만원만 투자하면 매년 보험금처럼 80여만원이 나온다. 당신도 한번 투자해 봐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씨는 매년 수입이 생긴다는 점에 이끌려 주암호 상류 부근의 토지를 샀다.

지난해 11월 그의 통장에 70만원이 입금됐다. 수변구역 주민 지원금이다. 이씨는 수변구역이 지정된 2002년 9월 이후 토지를 구입해 지원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14일 “마을 이장 등이 보증인으로 나서 지원금 신청서류를 거짓으로 꾸미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보성군 복내면 사무소 박모(53·6급)씨는 2007년 9월 율어면 문양리 밭 25㎡를 33만원에 구입한 뒤 이를 1994년 5월에 구입한 것처럼 매매계약서와 보증서를 허위로 꾸며 지난해 초 지원금 70만원을 탔다.

이들처럼 2006~2007년 수변구역 토지를 구입한 뒤 2002년 이전에 소유권을 취득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지원금을 받은 보성 지역의 공무원 48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보성군의 4~6급 직원이 37명이고, 우체국(5명)·교육청(3명)·경찰서(2명)·소방서(1명) 등 거의 모든 직종의 공무원이 망라됐다. 보성군 율어면 사무소의 경우 지난해 직원 10명 중 5명이 지원금을 불법으로 수령했다.

◆제2의 직불금 사태 우려=‘주암호 주민권리찾기’의 이덕우(57) 위원장은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앞다퉈 신청했다”며 “쌀 직불금에 이어 수변구역 지원금도 공무원들이 앞장서 빼간 것으로 드러나 행정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율어면사무소 직원 최모(43)씨는 “2006~2007년 시행된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부동산 특조법)에 따라 뒤늦게 소유권을 등기한 수변구역도 지원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당신청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특조법은 1995년 이전에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이 이전 등기를 못한 경우 보증인 날인 같은 간단한 절차로 소유권 이전등기가 가능토록 도입됐다. 이를 안 관련 업무 담당자 일부가 자투리 토지를 매입하거나 같은 필지를 분할받은 뒤 1995년 이전에 매입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몄다. 수변구역 토지 소유자에겐 규모에 관계없이 균등하게 지원금이 지급됐기 때문에 일부 면에선 너도 나도 신청하는 분위기였다.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 48명이 1~3차례에 걸쳐 타낸 지원금만 4000여만원에 이른다. 주암호 수계인 보성의 겸백·율어·복내·문덕 등 4개 면의 경우 수변구역 지원금 수령자가 2007년 1660명에서 지난해 2280명으로 620명이나 늘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주암·동복·상사·수어·탐진호 주변 전남 8곳 시·군의 주민 지원사업비 135억원 중 70여억원을 수변구역 지원금으로 썼다. 전남에서만 9373명이 70만~80만원씩 받았다.

 보성=천창환 기자

◆수변구역 지원금=환경부가 물 이용 부담금을 재원으로 4대 강 수계 일부 토지 소유자들에게 각종 행위 규제에 따른 재산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지급하는 돈.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해 1999년부터 4대 강 수계 하천 양쪽 500m 이내 지역을 지정·고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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