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보너스 9년 만에 최저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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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성전자가 근래 가장 적은 수준의 보너스를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원한 회사 관계자는 “이달 하순 설연휴를 전후해 초과이익분배금(PS)을 줄 방침이지만 경기침체로 지난해 4분기 이후 실적이 악화돼 그 규모가 지난해보다 훨씬 줄어들 것 같다”고 14일 말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 적자가 예상되는 반도체 부문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적 선방했다는 액정디스플레이(LCD)와 정보통신 부문도 연봉의 10%를 넘기기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PS는 한 해 영업실적을 평가해 목표 이상의 이익을 낼 경우 많으면 연봉의 50%까지 지급한다. 2000년 이 제도를 도입한 뒤 평균 지급액이 전체 연봉의 10%를 밑돈 적이 없다. 이 회사는 2007년 5조9400억원(본사 기준)의 영업이익을 올리자 지난해 초에 8000억원을 PS로 지급했다.

이에 대해 증시에서는 “적자 폭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까지 PS로 지급할 여력을 쌓아놓았기 때문에 지급액을 전년의 절반 정도로 줄인다면 4분기에 흑자 수치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적이 비교적 나은 사업부문은 다소 실망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3분기 총 6000여억원의 흑자를 내 예년보다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같은 기간에 각각 2조50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낸 LCD·통신 부문에선 은근히 적잖은 PS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삼성전자의 사정이 이런 것으로 알려지자 삼성SDI 등 다른 전자 계열사도 보너스를 그다지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표정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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