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저질로 치닫는 대중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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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욕설이나 선정적 가사는 음반 사전심의가 철폐된 지난해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라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여론을 통한 사회의 자체정화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고'하고 싶어'등 여성의 성적욕구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노래들이 잇따라 등장(본지 5월16일자 22면 보도)한 상황에서 공륜의 관계자가 한 이 말은 저질가요라 할지라도 사회가 자율적으로 취사선택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시인하고 있다.

남녀노소 구별없이 듣게 되는 대중가요의 표현 수위는 윤리와 교육이란 잣대를 피해갈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처럼 공권력에 의한 사전 수위 조절은 음반을 통해 건전한 비판이나 새로운 팬터지를 전달하려는 노력까지 무력화해 창작자와 수용자 양쪽의 욕구를 억누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문화와 윤리의식을 갖춘 시민 스스로가 심의의 주체로 나서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상업주의가 횡행하는 요즘 문화환경은 이런 저질시비의 이면을 읽어내는 더욱 성숙한 시각을 수용자측에 요구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저질이다,아니다를 논하는 동안 그 가요는 계속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그러다보면 제작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홍보효과를 얻게 된다는 것은 가요계에선 상식에 속한다.

표면적인'저질시비'보다 시비의 이면에 담긴 뜻,다시 말해 비판정신에 따른 표현인지,아니면 상업적 동기에서 화제를 노린 것인지 따위를 판별해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런 의식이 성숙한 사회라면 느닷없는 욕설이나 음란한 어구로 화제를 만들어보려는 어쭙잖은 시도가 발붙일 수 없을 것이다.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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