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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로 구성해본 빌게이츠 저택-마이크로소프트 기술력 총집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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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소프트웨어 황제 빌 게이츠(42) 미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의 저택은 시간이 흐를수록 풍성한 화제를 낳고 있다.지난 9일(현지시간) 이 집의 집들이에 참석하고 본지에 참관기를 보내왔던 삼성SDS 남궁석(南宮晳)사장은“그건 단순한 집들이가 아니라 21세기를 준비하는 한 사업가의 야심찬 프로젝트 발표였다”고 소감을 전했다.깊은 관심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직 언론에는 공개돼 있지 않은 게이츠회장의 첨단저택이 어떤 개념으로 어떤 모양을 갖췄는지 南宮사장의 전언과 기타 여러자료들을 종합,재구성해 본다. 편집자

세계 최고 거부(巨富)답게 5천만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지은 집이었지만 이 집에서는 사치와 낭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대신 미래를 움켜쥐려는 비전이 집안에 가득 배어있다는 얘기다.

게이츠회장의 저택은 한마디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첨단기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21세기 마이크로소프트사 지휘본부'다.

◇외관=이 집은 나지막한 언덕을 병풍처럼 뒤로 두르고 워싱턴 호수와 유니언 호수를 바라보고 있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는 찬사를 듣는다.집 앞의 호수는 태평양에서 올라오는 연어들이 알을 낳는 곳으로 가위 명당으로 꼽힌다.집안 어디에서도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때문에 이 집의 별명은'호수 위의 집'. 집은 동남향으로 설계돼 종일 햇빛의 세례를 받는다.산자락을 삼각형으로 파고 들어간데다 겉모습을 언덕의 흐름을 따라 마무리했기 때문에 집은 땅속에 묻힌 온실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땅속 온실같은 분위기 ◇건축 기본개념=첨단시설을 갖췄으면서도 튀지않고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자연색채가 가득찬 집을 짓는다는 것이 이 집주인의 집짓기 기본철학이다.게이츠는 기술이 사람 위에 군림하는 집은 원치 않는다고 이미 그의 저서'미래로 가는 길'에서 밝힌 바 있다.그래서 설계도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만들어내기로 유명한 건축가 제임스 커틀러가 맡았다.

◇내부구조=호수를 가로지른 뒤 배에서 내려 1층 현관에 들어서면 1층부터 4층까지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1백2개의 계단이 한눈에 들어온다.

1층 현관 오른 쪽에 리셉션 홀이 있고 왼쪽 복도를 따라가면 극장이 나오고 더 나가면 가로 5,세로 15 규모의 수영장을 만난다.현관 벽쪽에는 유압으로 밀어 올리는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엘리베이터 밑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2층 계단 오른쪽에 도서실이 있다.왼쪽으로 복도를 따라가면 주방.거실이 있고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발코니가 눈에 띈다.복도 끝에 이 집 주인 게이츠회장과 그의 아내 멜린다의 침실이 있다.

아이들방과 유모방이 있는 곳이 3층인데 아이들 방이 두개인 것으로 미뤄 게이츠는 이제 갓 돌이 지난 딸 제니퍼 외에 자녀를 한명 더 둘 생각인 듯.4층에는 바로 언덕 위에서 내려오는 이 집의 정식현관이 있다.언덕 입구에 산을 파고 들어간 차고가 있는데 자동차 20대의 주차가 가능하다.

◇건축상의 특징=이 저택은 전체적으로 목조건물이지만 중요한 벽면은 돌로 장식돼 있다.이 나무와 돌은 매우 특색있는 것이다.

나무는 시애틀 근교에서 자라는'더글러스'라는 종류로 이미 1백년전 다른 건물에 사용했던 것을 1백% 재활용해 썼다.색깔은 우리나라 대추나무 색과 비슷하나 재질이 균일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긴다.1백2개의 직선계단과 10가 넘는 버팀기둥은 모두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

사용된 돌은 1백%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산 모래돌.정원에 1 정도 두껍게 이 돌을 깔았고 내부 벽면에는 얇게 붙였는데 가로선의 줄을 맞춰 안정감있고 수수한 인상을 준다.

최고 경영자들과 함께 지난 9일 집들이에 초청받은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은 “만일 이 집이 내 집이라면 백악관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겠다”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인텔리전트 가정' 구현 ◇첨단시설=이 집은 순수한 가정집으로 보기는 어렵다.세식구가 살기엔 지나치게 크고 실제 가족을 위한 공간은 방.거실.수영장등에 국한되기 때문이다.따라서 이 집은 게이츠회장이 소프트웨어 제국을 지휘하기 위해 건설한'21세기 지휘본부'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다.'메디나 언덕의 요새'로 불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리셉션 홀 벽에는 40인치 모니터가 가로 6개,세로 4개씩 총 24개 설치돼 있다.이 모니터는 공연이나 업무에 활용될 예정이며 홀에서는 1백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다.

집들이 리셉션에서는 카메라로 찍은 시애틀시 전경을 인터넷에 올려 실시간으로 대형 스크린상에서 재현했는데 참석자들은 그 황홀경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MS의 기술력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도서실도 단순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곳이 아니다.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을 재현했던 도서실의 코비스시스템은 각종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하는 한편 MS가 정리한 자료를 세계에 뿌리는 정보두뇌 역할을 한다.또 20석 규모의 극장은 영화를 보고 즐기는 곳이 아니고 MS참모들과 신기술을 논하고 습득하는 멀티미디어 연구실이다.

이 집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전자핀을 옷깃에 꽂아야 한다.이 핀은 방문객이 누구고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인텔리전트 가정'의 핵심요소다.방문객이 복도를 걸어갈 때마다 몇 발자국 앞의 전등이 켜지고 지나가면 전등은 다시 꺼진다.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하면 어디를 가든 그 음악이 귓가를 따라다닌다.전화가 걸려오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전화기에서만 벨이 울린다.

물론 게이츠회장은 이같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로 MS의 제품을 쓴다.집안에 깔려있는 네트워크의 운영체제로 윈도NT를 쓰며 사무자동화용 패키지 프로그램인 오피스가 모든 컴퓨터에 깔려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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