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제, 생물시계 단백질 조절기능 약화 인체에 큰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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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부가 내년 4월부터 일광시간절약제도(일명 서머타임제)를 도입키로 결정한 가운데 신체의 시간적응 메커니즘이 새롭게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유전학자들은 최근 연구를 통해'생물시계'를 구성하는 특정단백질이 빛과 온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인위적 시간조절이 인체에 큰 부담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생물시계란 박테리아에서 사람.식물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갖고 있는 24시간의 시간리듬을 일컫는 말이다.

미 다트머스대 제이 던랩 박사팀은'과학과 세포'지 최근호를 통해'화이트 컬러-1'과'화이트 컬러-2'라는 새로운 생물시계 단백질을 찾아내 그 기능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들은 빛의 세기등에 따라 서로 분비량이 조절되는 상보적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의 생물시계 단백질 발견은 특히 시간조절이 빛은 물론 온도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서머타임 실시에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즉 단백질의 경우 온도가 낮아지면 생리활성이 떨어져 기능 역시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이는 예컨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4월이나 9월을 서머타임에 포함시킬 경우 인체가 그만큼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경제차관회의등을 통해 내년부터 4월1일~9월말을 서머타임기간으로 정한 바 있다.

한편 이같은 연구결과와 함께 국내 천문학계는 한국의 표준시와 관련,서머타임제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즉 우리 표준시는 동경 1백35도의 일본 표준시를 채택하고 있어 1년 내내 서머타임제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실제 태양빛의 이동경로로만 따진다면 동경 1백27.5도가 우리 표준시의 중심이기 때문에 사실상 30분 앞서 시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계는 이에따라 서머타임제를 실시한다면 한국의 경우'자연'시간보다 1시간30분이나 앞당겨 일과를 시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결국 하루중 앞뒤로 총3시간의 리듬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것이다.

국내 수면전문가들은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인위적 시간변화에 적응하는 기간은 대개 1~2주일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최소한 이 기간만큼은 근무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태양의 조도와 온도.표준시 기준등 세가지 문제로 국내 서머타임제는 실시기간등을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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