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委와 같은 위상으로 - 총리실소속 금융감독委 신설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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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금개위가 16일 9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중앙은행 독립및 금융감독기구 분리안을 확정지었으나 과연 어떤 식으로 입법화될지가 주목거리다. 통합된 금융감독기능을 재경원 산하로 가져 온다는 재경원의 주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요감독기능의 일부를 현행대로 두자는 한국은행 생각이 거의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관계기사 2면〉 금통위가 최종 확정한 내용의 초점은▶통화신용정책을 한국은행 중심으로 바꾸고▶분산돼 있는 금융감독기능을 지금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국무총리 직속으로 통합.독립시킨다는 것이다.

금개위는 이같은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할수 있도록 금융감독위원회의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하고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금융감독업무가 재경원의 영향권 밖에서 중립적으로 수행될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금개위 관계자의 설명이다.현행 감독체제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재경원산하에 가져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행으로서도 금개위안에 대해 불만이 없는건 아니다.어찌됐건 은행감독의 핵심부문을 정부로 넘겨줘야 할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의 목적자체를 통화신용정책에 국한시켜 기존의 금융제도 안전성 유지 기능이 빠지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관련,금융통화운영위원회 의장을 현행 재경원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바꾼 것도 주요항목이나 이 점에 대해서는 재경원도 어차피 그렇게 되려니 했던 것이다.

아무튼 금개위안만 놓고 보면 한은의 완승이다.궁지에 몰린 재경원이 앞으로 6월 임시국회에 올릴 한은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금개위안의 골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다.이 경우 재경원 금융정책실은 외환.대외협력.국제금융등 일부 업무만이 남게되므로 사실상 기존의 금정실 조직이 해체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어차피 재무부와 기획원의 통합 부작용이 심각하게 제기돼 왔던 만큼 차제에 이런 식으로 금융업무를 떼어 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금정실을 통째로 신설 금융감독위원회로 가져가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이렇게되면 금감위가 총리실 산하가 되더라도 업무분산 문제는 해결된다.금융개혁이라기 보다는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셈이다.

둘째,재경원이 금개위 안을 참고만 하고 독자적인 시나리오를 만드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재경원 관계자는“금융개혁에 대한 강경식(姜慶植)부총리의 확고한 생각은 통화신용정책을 한은에 일임하는 대신 감독기능을 완전히 떼어내자는 것”이라고 밝혀 금개위안과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재경원은 금융기관 인가.법률제정권을 금융정책실이 계속 갖는 한편 금감위 검사.제재권을 한국은행으로부터 완전히 넘겨받아 명실상부하게 감독기능을 총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姜부총리는 금개위가 대통령에게 최종안을 보고한뒤 이를 검토,정부의 공식 의견을 밝히겠다며 구체적인 개혁방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고현곤.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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