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위기 진정 중남미·동유럽은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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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는 ‘안정권’, 중남미는 ‘실물경제 불안’, 동유럽은 ‘불안감 잔존’.

삼성경제연구소가 전 세계 신흥국가의 금융위기 여파와 현 상황을 진단한 결과다. 연구소는 13일 발표한 ‘최근 신흥국 금융위기의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서 아시아·중남미·동유럽의 9개 신흥국가에 대해 분석했다. 이 결과 아시아는 안정권에 진입했으며, 중남미는 실물 부문이 불안하고, 동유럽은 전체적으로 불안감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통화가치 ▶거시경제 안정 ▶통화방어 능력 ▶금융 건전성 ▶정책 자유도 등 5개 지표를 토대로 자체 개발한 종합금융안정지수(CFSI)를 이용해 이렇게 진단했다.

수년간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 힘입어 높은 성장을 누렸던 아시아 국가(인도네시아·태국)는 지난해 하반기 심각한 자금 유출로 금융불안이 최고조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말에는 그 위험도가 외환위기 때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다만 파키스탄은 지속적인 정정불안과 높은 물가상승률로 금융위기 위험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11월 24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76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중남미 국가(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는 금융 부문보다는 실물경제의 위험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말 금융위기가 안정세를 회복했다. 하지만 멕시코는 미국 경기 침체의 여파로 1996년 ‘페소화 위기’와 비슷한 수준의 금융위기 상황에 몰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전체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동유럽은 전반적으로 금융위기의 불안감이 남아 있다고 연구소는 진단했다. 폴란드·헝가리·불가리아의 금융위기는 모두 외환위기 때의 62~89%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헝가리는 재정적자 심화와 외채 급증 등으로 동유럽권 금융시장 불안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금융위기에 대한 내성이 있고 새로운 위협 요인에 노출 정도가 낮은 한국·인도·중국·브라질·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신흥국가가 선진국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당분간 ICK(인도·중국·한국)가 투자 유망 국가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현재 금융 위험도가 외환위기 때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주요 신흥국가의 금융상태가 불안하기 때문에 한국·인도네시아 같은 곳으로 선진국 투자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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