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투수중 최고타격상에 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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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은방망이를 노려라.” LA 다저스의 박찬호(23.사진)는 마운드 뿐만 아니라 타석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11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홈경기에서 2타수1안타를 기록,올시즌 3할3푼3리(9타수 3안타)의 타율과 1타점.2득점을 마크하는등 매서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타율만 비교한다면 3할5푼6리의 브렛 버틀러에 이어 팀내 2위에 해당한다.간판타자 마이크 피아자(3할2푼4리)보다 높다.이로 인해 박찬호는 벌써부터 97년'실버슬러거'수상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실버슬러거'란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쓰는'루이빌 슬러거'방망이의 생산업체인'힐라리시 앤드 브리스비'사가 매년 포지션별 최고의 타자들을 선정,실제 크기의 은방망이를 주는 상이다.아메리칸리그는 지명타자제를 운영하고 있어 투수의 실버슬러거상은 내셔널리그에만 있다.

최근 내셔널리그의 포수부문 실버슬러거상은 다저스의 피아자가 휩쓸어왔으며 지난해 투수부문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좌완 톰 글래빈이 차지했었다.

올해 박찬호가 실버슬러거 수상후보로 떠오른 것은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박은 고교시절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하루 1천번씩 스윙연습을 했던 경험이 있다.또 다저스의 배팅연습에서도 하루 1~2개 정도는 꼭 담장을 넘기고 있다.

지난 스프링캠프 때는“올해부터 선발투수가 되면 타격기회가 많아지는 만큼 반드시 홈런을 하나 때리겠다”고 벼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이 시작된 이후 박의 태도는 바뀌었다.실버슬러거상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투수는 마운드에서 제몫을 해야한다.타석에서 홈런을 때리는 것보다 팀승리를 위해 번트하나를 잘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박의 태도변화에 대해 빌 러셀감독은 대단히 흡족한 표정이다.그러나 러셀감독은 박의 타격감각에 대해“찬호와 대런 드라이포트는 필요할 경우 대타로 기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박의 방망이에 대한 소질을 인정하고 있다. LA지사=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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