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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운세가 궁금하시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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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이 되면 토정비결 책을 앞에 놓고 가족의 새해 신수를 찾아 읽고, 대보름날에는 잣에 불을 붙여 그해의 운을 맞히거나 돼지꿈·용꿈 같은 길몽을 꾸라는 축원도 서로 나누곤 하는 것이 우리 전통이었다. 한국이나 중국의 경우 주로 태어난 연월일시를 기초로 하는 사주(四柱)와 육효(六爻)를 뽑아 음과 양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64괘 중 하나를 찾는 주역이, 서양에는 생일의 별자리로 점을 치는 점성술(Astrology)과 상징적 그림을 뽑아 점치는 타로 카드가 있지만, 우주와 개인이 조응한다는 샤머니즘적 사고방식에서는 비슷하다. 원시 시대는 점과 의술을 하는 무당(Shaman)이 부족의 리더였고, 조선시대도 ‘아녀자’들의 무속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눈감아 주기도 했었다.

얼핏 생각하기엔 무식하고 돈도 없는 이들이 점치기를 더 좋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지위가 높고 경제력도 있는 이들이 무속에 더 의지하기도 한다. 가진 게 많으면 점칠 것도 많다. 선거 때가 되면 무속인 집 문턱이 닳는다 하고, 일간지와 잡지들마저 무속인들의 예언에 대해 크게 지면을 할애한다. 내로라하는 기업가들 중에는 점쟁이들을 일종의 컨설턴트처럼 데리고 다니면서 크고 작은 결정을 할 때 그들의 말을 따르기도 한다. 물론 그 예언들이 맞을 때도 있겠지만, 그들의 말을 따르다가 돈을 횡령당하기도 하고 엉뚱한 투자를 해 큰 낭패를 보는 일도 적지 않다. 얼마 전 무속인의 협박에 십 수억원의 돈을 갈취당한 부인의 기사도 났지만, 이는 수면에 드러난 극히 일부라 본다.

융 심리학으로 보자면 무속인은 네 개의 성격 유형, 즉 사고형·감각형·감정형·직관형 중 특히 직관력이 강한 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척 보면 안다”는 것인데, 실상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말씨·옷매무새·목소리·장신구·눈빛 등으로 상대방의 과거를 맞힐 수가 있다. 무속인들도 마치 정신과 의사들처럼 상담을 오래하다 보면 가려운 데를 콕콕 긁어 주어 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카타르시스 효과를 느끼게 하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다.

인간은 짐승과 달리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개념을 갖고 있는데, 과거나 미래는 추상화된 개념으로 현재를 견디게 해 주는 기능을 한다. 즉, 과거의 경험을 현재에 적용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되고, 미래를 꿈꾸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참는다. 그러나 점쟁이가 하는 말에 최면이 걸려 자포자기 혹은 과대망상에 빠지는 개인이나, 무속인의 무책임한 예언들을 방송과 신문에 다루어 혹세무민하게 만드는 집단, 양쪽 다 정신건강은 심히 좋지 않은 것 같다. 점치는 책이라고 잘못 알려진 고전인 주역을 제대로 읽으면 세상에는 운 좋은 일도 운 나쁜 일도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주역의 핵심철학은 지금 승승장구하며 잘나간다 할지라도,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것이고, 지금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면, 앞으로는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니 희망을 놓지 말라는 것이다. 성공했다고 자만할 것도 없고 운이 좋지 않다고 함부로 자포자기하지 말라는 얘기다. 마음이 불안하고 허랑해질수록 귀를 팔랑거리지 말고, 자신의 무의식이 보내주는 메시지를 잘 들어 보려 해야 할 것 같다.

정신과 전문의 융 분석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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