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팔아 고작 10원 남겨 - 제조업 작년 성적 82년 이후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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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한햇동안 국내 제조업체들은 1천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고작 10원의 이익을 남기는등 실속없는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공업체의 경우는 1천원어치를 팔때마다 오히려 5원씩 손해를 보는 장사를 했다.

경기침체속에 빌려쓴 돈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의 경영실적이 크게 나빠진 것이다. 12일 한국은행이 연간 매출액 10억원 이상인 3천7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96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체(2천1백3개)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의 20.4%에서 10.3%로 반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체의 수익성 지표가 되는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1%로 전년(3.6%)의 3분의1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82년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0.9%로 떨어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1천원어치를 팔아 금융비용이나 환차손을 뗀후 10원의 이익을 남겼다는 이야기다.

금융비용이나 환차손 부분을 제하기 전의 이익(영업이익)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매출액 영업이익률)은 미국(7.7%)이나 대만(7.5%)과 엇비슷했고 일본(3.3%)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호황이었던 지난 95년에는 대기업(4.4%)과 중소기업(1.5%),중화학공업(4.7%)과 경공업(0.7%)이 큰 차이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히 1%를 기록했고 중화학공업(1.5%)과 경공업(-0.5%)의 격차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수익성과 성장성이 이처럼 떨어진 가운데 생산성 지표인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 증가율도 전년의 19.2%에서 1.1%로 급락,종업원 1인당 인건비 상승률(12.1%)을 크게 밑돌았다.

부가가치 증가율이 1%대를 기록하기는 한국은행이 기업경영분석을 시작한 71년 이후 처음이다.

이와함께 제조업체들은 자기자본의 3.2배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데 이는 전년(2.9배)보다 높아진 것으로 수익성 악화와 증시침체로 인한 주식발행 부진등으로 자체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금융기관 차입을 늘린 결과다.

한국은행 관계자는“국내제조업체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과다한 금융비용 때문”이라며“기업들은 자기자본을 늘려 재무구조를 견실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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