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이긴 환경발명왕 - 오염방지장치등 9건이나 특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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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정상인도 따내기 힘든 환경분야의 특허를 전혀 앞을 보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이 잇따라 출원.획득해 불굴의 인간승리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대기및 수질오염에 관한 측정.방제시설 설치등 용역업체인'무궁화동산 환경기술개발연구소'를 운영하는 이동기(李東起.52.전북전주시완산구삼천동.사진)씨. 李씨는 최근 특허청으로부터'습.건식 대기 여과장치'에 대해 사실상 특허나 다름없는 실용신안 출원공고 결정통보를 받았다.염색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이 장치는 현재 많이 사용되는 미국산 제품보다 효능이 훨씬 뛰어나고 값도 싸다.李씨는 95년 기존의 활성탄 여과장치를 개선한'왕겨 충전 수평여과식 폐수장치'를 발명했을 뿐만 아니라 해양오염 피해를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왕겨 충전식 오일펜스'와'배기 가스 여과기''오.폐수 여과시스템'등 대기.수질오염 방지에 관련된 특허와 실용신안을 9건이나 출원,장애인 발명가로서 명성이 높다.

李씨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은 아니었다.전주에서 태어나 다가동에서'조광사'라는 큰 세탁소를 운영하던 李씨는 25세때인 70년 시외버스에서 소매치기 범행을 목격하고 저지하다 소매치기 일당 10여명으로부터 몰매를 맞아 두눈의 망막이 파열됐다.

한때 실의와 방황의 나날을 보내기도 했던 李씨는“소중한 내 인생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세탁소를 열었다.앞을 못보지만 뜨거운 다리미에 물을 뿌려 온도를 알아내는등 각고의 노력으로 누구못지 않은 기술자가 됐다.

李씨는 이같은 노력 끝에 87년 국내 최초로'세탁학 기술 개론'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으며 세탁 폐수가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해방지 기술 연구에 매달려 환경 발명가로서 입지를 쌓았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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